티빙은 급할 것 없다, 웨이브와 합병 이번에도 ‘설’로만 그칠 가능성 높은 이유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 합병설이 또 다시 나왔다. 하지만 티빙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 합병설이 또 다시 나왔다.

올해만 두 번째 합병설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합병설이 나오고 있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두고 관련 회사들의 온도차로 인해 이번에도 실제 합병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8일 CJENM에 따르면 웨이브와 합병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사항이 없다. 웨이브 관계자도 “진행 중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OTT업계에서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 구창근 CJENM 대표이사 등이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CJENM은 티빙을, SK스퀘어는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이름까지 언급된 만큼 이번에는 진짜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지만 이번에도 ‘설’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티빙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한 것은 웨이브기 때문에 티빙으로서는 오히려 기다릴수록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 웨이브가 놓여있는 상황 때문으로 파악된다.

웨이브는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5년 만기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투자 유치 조건은 5년 이내 기업공개(IPO) 의무였다. 내년 11월까지는 상장을 완료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11월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쉽지 않은 목표다.

만약 웨이브가 기업공개를 진행하지 않으면 사채만기일인 2024년 11월28일 상환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만기 상환 시 주식 미전환 사채의 권면총액과 이에 대한 연복리 3.8%가 적용된 이자를 더해 일시 상환해야 한다.

웨이브에 따르면 원금 2천억 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권면총액 2천억 원에 대해 5년 만기로 연복리 3.8%를 적용하면 이자만 약 410억 원이다. 웨이브는 만기에 2410억 원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영업손실 1213억 원을 기록한 웨이브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환사채는 합의하에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며 “기업공개와도 관련된 이슈기 때문에 투자사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웨이브가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에도 지분율 희석이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현재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을 지분을 가지고 최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KBS, MBC, SBS가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현재 웨이브가 발행한 모든 주식 수를 합하면 566만1040주다.

만약 웨이브가 기업공개에 성공해 사채권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하게 되면 전환가능한 주식수는 87만861주다. 전환권 행사로 인해 새로 발행될 주식까지 합치면 웨이브 주식 수는 모두 653만1901주가 된다.

이렇게 되면 SK스퀘어 지분율은 35.1%, KBS·MBC·SBS 지분율은 17.2%로 떨어진다. 여기에 13.3% 지분을 가진 사채권자가 새로운 주주로 들어온다. 지배회사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티빙은 급할 것 없다, 웨이브와 합병 이번에도 ‘설’로만 그칠 가능성 높은 이유

▲ 티빙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지 1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 < CJENM >


합병의 열쇠는 사실상 티빙이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현재 티빙 최대 주주는 CJENM으로 48.85%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외에 네이버, KT스튜디오지니, 에스엘엘중앙 등이 10~13% 지분을 들고 있다.

CJENM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양사의 지배구조 상 합병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잡한 지분구조 때문에 주주들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과정에서 주주 수가 늘어나 티빙과 웨이브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면 지주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 특례상 지주사는 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4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자회사도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4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CJENM이 지분율 40% 이상을 유지하려면 티빙과 웨이브 합병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야 하는 비용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CJENM으로서는 당장 합병해서 얻을 이익과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은 지난해 영업손실 1191억 원을 기록했다.

CEO들이 모여 합병에 대한 시너지를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OTT업계에서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1191억 원, 1213억 원인 티빙과 웨이브가 당장 합병을 통해 과연 어느 정도나 시너지를 낼 수 있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OTT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끼리 힘을 모을 필요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친다고 해서 업계 1위인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며 “합병을 진행한다고 당장 넷플릭스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특히 티빙 입장에서는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티빙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지 1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티빙은 올해 6월29일 최주희 전 트렌비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링크드인 계정에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특히 국내 플랫폼들이 이런 변화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도 된다”는 취임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