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향후 KCGI자산운용(가칭)으로 새 출발을 앞둔 메리츠자산운용을 이끌며 강성부 KCGI 대표와 신한투자증권에서 함께 한 이후 8년 만에 손발을 맞춘다.

강성부 대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분야 국내 최고 운용사를 목표로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했는데 김 대표와 강성부 대표가 과거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으며 쌓은 ‘케미’가 ESG분야에서도 발휘될지 주목된다.
 
메리츠자산운용에서  'KCGI 한솥밥' 김병철 강성부, ESG 대표 운용사 만든다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KCGI에 인수된 메리츠자산운용 새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메리츠자산운용은 13일 서울 북촌 본사에서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에서 일하며 신한금융그룹 최고의 투자금융(IB) 전문가로 꼽힌 인물이다.

196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동양종합금융증권(현재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채권운용팀장, 금융상품운용팀장, IB본부장, FICC(채권·외환·원자재)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 기간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채권명가’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2017년 그룹 전체의 투자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 생긴 그룹 투자운용사업(GMS)부문장에 선임됐다.

당시 투자운용사업부문은 은행, 증권, 보험 등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운용하는 60조 원 규모의 고유자산에 대한 투자방향을 잡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김 대표는 기존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에 더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생명 부사장을 겸직했는데 비은행출신 최초로 그룹 핵심보직인 사업부문장을 맡으면서 짧은 기간 내 신한그룹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말에는 그동안 성과를 인정받아 신한투자증권 대표에 발탁됐다. 이 역시 비신한금융 출신이라는 약점을 딛고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에 오른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격 인사로 여겨졌다.

김 대표는 2020년 3월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는데 그때까지 신한투자증권을 초대형투자은행(IB) 대열에 올려놓는 등 그룹 전반의 투자금융(IB)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

김 대표는 과거 금융투자업계에서 10년 넘게 강성부 대표와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췄던 경험도 있다.

강성부 대표는 대우증권을 거쳐 2004년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에는 신한투자증권에 새 둥지를 틀었는데 동양종합금융증권 채권분석팀장, 신한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 등을 거치며 당시 업계에서 ‘채권의 귀재’로 불린 김 대표를 보좌했다.

강성부 대표가 신한투자증권으로 이직한 2012년은 김 대표가 동양종합금융증권을 떠나 신한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해이기도 하다.

강성부 대표가 신한투자증권에서 2015년 LIG그룹 사모펀드 운용사인 LK파트너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와 8년 만에 KCGI자산운용에서 다시 손발을 맞추는 셈이다.

김 대표는 과거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에는 서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장을 맡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노동경제학을 세부전공으로 선택했다.

이런 이력은 강성부 대표가 강조하는 ESG 경영과도 맥이 닿는다고 볼 수 있다.

ESG경영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노동운동은 1980년대 당시 사회적 측면에서 주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메리츠자산운용에서  'KCGI 한솥밥' 김병철 강성부, ESG 대표 운용사 만든다

▲ 강성부 KCGI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며 국내 최고 ESG 운용사를 목표로 내세웠다.


강성부 대표는 1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결정을 알리며 K-ESG 투자의 대표 자산운용사를 목표로 내걸었다.

ESG경영을 향한 강성부 대표의 의지는 앞으로 메리츠자산운용의 새로운 사명이 될 KCGI자산운용에서도 잘 나타난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Fund)의 약자인데 현재 한국기후&지배구조 개선 펀드(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 Fund)로 사명 변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이 KCGI자산운용으로 새 출발하는 데는 자본시장을 통해 기후변화와 지배구조를 포함하는 ESG경영 확대에 힘쓰겠다는 강성부 대표의 의지가 녹아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앞으로 이르면 한 달 안에 사명을 KCGI자산운용으로 바꾸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대표는 1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발표 당시 입장문을 통해 새 자산운용사를 통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강성부 대표는 당시 “(자산운용사를 통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E)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환경(S), 그 작동원리인 거버넌스(G) 개선을 실천하겠다”며 “충실한 주주관여를 통해 가치의 발현을 시현하는 정직한 펀드를 만들고 뿌린 만큼 거둔다는 농부의 자세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대표 취임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메리츠자산운용이 그동안 실천해온 장기투자철학을 더욱 계승 발전하고 여기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ESG투자, 글로벌 투자를 강화해 고객 연금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