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피해가 늘어나며 피해 보험금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 단위로 걸리는 와중에 보험금을 소액이지만 즉시 보장해주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사진은 2022년 허리케인 이안에 피해를 입은 미국 플로리다주.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상이변으로 입는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대형 보험사들이 플로리다주 등 일부 지역에서 관련 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푸에르토리코의 한 보험 스타트업이 지역의 남미 농부와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혁신적 소액보험 상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기후피해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 가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적하며 보험금을 즉시 지급해주는 스타트업 사례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소개한 스타트업은 2019년에 푸에르토리코에서 창립된 '레인코트'다.
창립자인 조나단 곤잘레스 사장은 허리케인 마리아 피해자로 자신의 어머니의 휠체어가 침수돼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지급을 거부당했다. 곤잘레스 사장은 이때의 경험으로 레인코트를 창립하게 됐다.
레인코트는 자체 제작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상이변 데이터를 분석해 피해자들이 보험금 지급 대상자인지 빠르게 판단하고 정보를 지역파트너 보험사에 전달한다. 정보를 받은 파트너사는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한다.
레인코트에서는 이 방식을 ‘매개변수보험’이라고 소개하며 판매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몇 가지 가입 조건을 설정해놓고 조건을 달성하는 즉시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된다.
2017년에 발생한 허리케인 마리아 피해 보험금 16억 달러(약 2조750억 원)는 2년이 넘도록 미지급 상태였고 일부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금 처리에 적게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몇 년 단위로 걸리는 기존 보험사와는 달리 레인코트는 가입자들에게 빠르면 신청 당일 보험금을 지급한다.
▲ 5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새니벨섬에 위치한 한 모텔 앞에 설치된 퍼포먼스 작품으로 보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보험사들의 행태를 풍자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22년 발생한 허리케인 이안으로 피해를 입어 많은 보험금 청구 건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한 예로 푸에르토리코의 주민 한 명은 레인코트의 매개변수보험에 가입했고 지난해 허리케인 피오나로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고장나 레인코트에 보험금 지급요청을 하자 즉시 75달러를 받았다.
이 가입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나는 아무런 서류도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며 “모든 절차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물론 매개변수보험은 소액의 가입비를 받고 보장하는 만큼 보험금도 소액만 지급되지만 보험금 지급절차가 단순하고 가입자가 필요할 때 즉시 지급된다.
곤잘레스 사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영세가입자들에게는) 소액 피해를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은 금액으로도 메울 수 있던 피해가 방치하면 급격하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레인코트는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자메이카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정부와 보험사들과 파트너를 맺어 농부나 소규모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소액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니엘 오스굿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의 금융상품연구팀 선임연구원은 “개인별 보험금 지급조건을 평가할 수 있는 상품은 처음”이라며 “사람을 중심으로 한 보험상품을 개발한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