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반도체 독주체제 강화, TSMC 파운드리 '원톱'으로 지배력 높여

▲ 미국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사실상 독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누리면서 관련 시장에서 인텔과 AMD 등 경쟁사를 제치고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TSMC의 파운드리 실적과 시장 점유율도 이런 흐름에 따라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예측이 고개를 든다.

11일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실적이 하반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를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과 서비스 상용화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다수의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서버와 슈퍼컴퓨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어 반도체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 열풍은 엔비디아의 본업마저 바꿨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그래픽카드용 GPU의 판매 비중이 절반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용 GPU가 엔비디아 매출에서 약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AMD는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경쟁사로 꼽힌다. 그러나 인공지능 GPU 매출 비중은 전체 실적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의 GPU가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초반부터 성능을 검증받아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며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

인텔 역시 기존 사업인 CPU를 넘어 GPU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엔비디아와 AMD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의 수혜를 독차지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수혜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 GPU 위탁생산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TSMC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TSMC가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에 올라타기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첨단 미세공정 기술 및 패키징 기술에 모두 우위를 갖추고 있어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차지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H100과 A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 주요 상품을 모두 TSMC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독주체제 강화, TSMC 파운드리 '원톱'으로 지배력 높여

▲ TSMC 반도체 생산공정 이미지. < TSMC >

TSMC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엔비디아의 수요에 대응할 반도체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모건스탠리는 TSMC가 인공지능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실적 및 시설 투자 전망치를 모두 기존 예상보다 높여 내놓았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의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TSMC보다 먼저 상용화하며 기술 우위를 차지했고 인텔은 2024년부터 2나노 공정으로 TSMC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결국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와 장기간 협력 관계를 지속해온 성과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TSMC에서 사실상 독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역시 TSMC의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다. 인텔마저 신형 GPU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대신 TSMC 3나노 공정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엔비디아가 TSMC의 미세공정 활용을 고집한다면 결국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주체제도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와 TSMC의 강력한 연합이 인공지능 중심의 미래 반도체 시장 판도를 계속 주도해나갈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대만의 IT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오래 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인텔의 파운드리 시험 생산 결과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TSMC 이외에 향후 다른 파운드리업체의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