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주희 전 트랜비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새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실적 개선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3일 최 대표는 링크드인 계정에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특히 국내 플랫폼들이 이런 변화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도 된다”는 취임 소감을 남겼다.
 
티빙 위기에 구원등판 최주희, 디즈니와 W컨셉 거쳐 트렌드에 강하다

▲ 최주희 전 트랜비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 대표는 OTT업계 첫 여성 CEO다. 1982년생인 최 대표는 CJ그룹 최연소 대표이사 타이틀도 가져왔다. 기존 CJ그룹 최연소 대표이사는 1977년생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다.

최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국내 OTT 플랫폼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티빙은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티빙은 지난해 매출 2476억 원, 영업손실 1192억 원, 순손실 1249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88.3%, 영업손실은 56.4%, 순손실은 109.9% 각각 늘어난 것이다.

티빙은 올 1분기에도 3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티빙은 적자폭이 3년 연속으로 늘어난 탓에 모회사인 CJENM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는 상태다. 

어려운 상황에서 티빙을 이끌게 된 최 대표가 티빙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웨이브와 합병설까지 돌았던 티빙은 젊은 여성 CEO인 최 대표를 불러들여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력만 놓고 보면 최 대표가 현재 티빙을 구할 적임자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6년9개월을 일한 후 월트디즈니에서 4년10개월 근무했다. 월트디즈니에서는 아시아와 한국 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디즈니+의 국내 론칭을 준비하기도 했다.

월트디즈니에서 디즈니+ 국내 출시까지 준비한 만큼 OTT 생태계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여 티빙 업무에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아시아 및 한국 사업 전략 담당자로 일한 경력이 티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티빙 위기에 구원등판 최주희, 디즈니와 W컨셉 거쳐 트렌드에 강하다

▲ 티빙은 적자폭이 3년 연속으로 늘어난 탓에 모회사인 CJENM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최 대표가 미디어업계에서만 일한 것은 아니다. 패션 플랫폼업계에서도 5년을 일했다.

온라인 여성패션 플랫폼 W컨셉에서 3년4개월 동안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랜비의 CBO를 1년7개월 동안 맡으며 세일즈, 마케팅, IT 등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패션업계는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유행에 따라, 때로는 유행을 선도하며 고객 눈길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을 끊임없이 내놔야 한다.

OTT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플랫폼에서 날마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보고 싶은 이른바 ‘킬러콘텐츠’를 많이 제공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패션 플랫폼업계에서 5년 동안 사업 전반을 총괄한 최 대표는 2030세대 트렌드를 꿰뚫는 데 강할 것으로 보인다. OTT 주고객층도 2030세대인 만큼 2030세대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능력은 최 대표가 가진 경쟁력이다.

컨설턴트로 7년 동안 일하며 쌓은 노하우는 임기 초반 수월한 업무 파악을 위해 필수적인 임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 대표는 미디어업계에서 5년, 패션 플랫폼업계 5년 모두 10년 동안 경력을 쌓고 티빙을 이끌게 됐다.

티빙은 최근 몇 달 동안 어떻게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해왔다.

최 대표가 취임 소감에서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의지를 밝힌 만큼 위기에 빠진 티빙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