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18년부터 구상했던 카드사업 직접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드사업 진출을 머뭇거리게 했던 실적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된 가운데 카드 관련 업무 인력도 채용하는 등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곳간 채운 카카오뱅크 외형 확대 정조준, 윤호영 카드사업 진출 잰걸음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카드사업 직접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카카오뱅크>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올해 2분기 높은 대출성장률을 통한 실적 상승에 힘입어 카드사업 진출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설립 이후 약 1년 뒤인 2018년에 카드사업 직접 진출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플랫폼이 잘 갖춰지지 않은 데다 본격적인 실적을 내기 전이라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사업 추진을 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영업수익 5605억 원, 영업이익 1364억 원, 순이익 101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수익은 65.6%, 영업이익은 54.3%, 순이익은 52.5% 증가했다. 

앞서 카카오뱅크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2022년 3분기(1046억 원)보다 약 300억 원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2023년 2분기 순이익 79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2분기보다 순이익이 39% 증가하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대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넘어서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조달금리 상승 현상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을 높였음에도 총연체율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점차 높아지는 실적에 힘입어 카드사업 라이선스 취득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카드사업 직접 진출을 위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며 “워낙 준비할 것이 많은 대형 프로젝트라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국내 핀테크의 카드사업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3월8일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 대상 간담회를 열고 국내 금융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 핀테크의 금융권 전반의 진입장벽 완화를 약속했다. 

기존 은행 등이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주주 자기자본요건(출자금의 4배 이상) 등이 필요하지만 핀테크의 진출을 위해 대주주 요건은 부실 금융기관의 대주주 여부 심사만 적용하도록 했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실적을 볼 때 부실 금융기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작아 대주주 여부 심사를 적용받진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카카오뱅크가 카드사업 진출을 처음 고려했던 2018년 약 210억 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익 체력이 카드사업 진출을 받쳐줄 만큼 성장한 셈이다. 

국내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데이터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점도 카카오뱅크에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로 공을 들이는 데이타사업에서는 나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곳간 채운 카카오뱅크 외형 확대 정조준, 윤호영 카드사업 진출 잰걸음

▲ 카카오뱅크가 카드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등 카드 사업 진출을 위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핀테크로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으로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꼽아왔다.

이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예금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분석해 올해 4월 ‘기록통장’ 상품을 내놨다. 고객들이 예금을 하며 가장 사랑하는 대상과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메모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적금 기간을 줄인 ‘26주 적금’, 저금통 등도 고객을 분석해 내놓은 상품들이다. 

고객을 분석해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시도를 오래 한 만큼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이 높아 데이터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상품 일반 데이터 항목에 롯데카드 약 1090개, 신한카드는 약 840개, KB국민카드 약 790개, 삼성카드 약 728개, BC카드 약 480개 등이 등록됐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판매로 해마다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고 현대카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컨설팅 쪽으로 사업을 전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