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덕규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장은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들어 연금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10조 원을 넘기면서 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과 함께 증권업계 선두권을 이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증권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인 수익률을 무기로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한국투자증권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는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홍덕규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투자증권 DC/IRP 부문 비중 늘어, 상품 출시에 맞춰 조직도 정비
홍 본부장은 1997년도 동원증권 시절 입사해 25년째 한국투자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사, 인수금융 등 여러 부서에서 일했으며 특히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경력을 오래 쌓았다. 지난해부터 퇴직연금본부장 자리에 올라 퇴직연금본부를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급격히 변하는 연금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퇴직연금조직 규모를 키웠다. 연금전략 담당부서에 연금마케팅부를, 퇴직연금 담당부서에 연금솔루션부를 각각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DC형 적립금은 18.1%, IRP형 적립금은 43.5% 늘었다. 평균 29.0% 증가해 DB형(24.1%)을 앞질렀다.
“이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규모가 많이 커지고 있습니다. DC/IRP 시장이 점차 커지니까 요새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어요. 이러한 기조에 맞게끔 앱 리뉴얼, 상품출시에 이어 조직도 세팅을 하고 있습니다.”
신설된 연금마케팅부서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연금을 굉장히 어려워하세요. 한국투자증권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연금 업무를 보시더라도 결국은 1대 1로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니즈가 큽니다. 이런 것들을 조율해주고 컨설팅인력과 고객을 매칭해서 관리, 지원하는 역할을 연금마케팅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접촉 외에도 유튜브, 블로그, SNS 등 다양한 채널을 가지고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것도 연금마케팅부의 역할입니다.”
홍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의 기존 장점인 DB 상품 경쟁력도 꾸준히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고객인 기업이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DB에서 시작해 DC/IRP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DB의 중요성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DB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B가 결국은 DC로 전환하거나 퇴직 이후 IRP로 전환되는 만큼 DC/IRP의 상당부분은 DB에서 출발합니다.”
◆ 디폴트옵션 핵심은 결국은 수익률, 고객선택에 영향 미칠 것
올해 1분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첫 성적표’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냈다.
DB(3.01%), DC(3.11%), IRP(3.55%) 3개 부문 평균수익률은 3.55%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수익률을 기록했다. 3개 부문에서 모두 3%를 넘긴 증권사는 증권업계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2곳뿐이다.
비결을 묻자 홍 본부장은 오히려 “1월2일 설정된 중위험 상품 수익률이 굉장히 잘 나왔는데 하루 차이로 1분기 공시에서 제외돼서 굉장히 아쉽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번에 특히 수익률이 잘 나왔던 디폴트옵션 상품은 생애주기펀드펀드(TDF)가 아니라 밸런스드펀드(BF)입니다. 호주의 퇴직연금제도를 벤치마크해서 만든 ‘마이슈퍼(MySuper)’라는 펀드인데, 물가상승률을 추종해서 수익률을 맞춘 뒤 일부 자산을 해외 다양한 대체자산에 투자해서 초과수익을 내는 펀드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은 해외시장에서, 채권은 국내시장에서. 이렇게 적정한 배분을 해서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 대비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습니다.”
홍 본부장은 결국 이러한 ‘수익률’이 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치열해질 경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가 수익률 제고인 만큼 디폴트옵션의 상품수익률의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분기별로 수익률을 공시하면서 수익률 추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며 “이러한 수익률 데이터가 고객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마이슈퍼’의 수익률에 힘입어 밸런스드펀드(BF)의 인기가 더 높다고 했다. 밸런스드펀드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채권, 주식 등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혼합형 펀드다.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생애주기펀드(TDF)를 중점으로 미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저희도 TDF를 계속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물가상승률을 추종하는 ‘마이슈퍼’가 최근 시장 상황과 잘 맞아서 고객분들이 선택을 해주신 것 같아요.
특히 호주 퇴직연금제도가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해서 벤치마크하게 됐습니다. 언제나 수익을 낼 수 있으면 좋지만 어느 정도 변동성을 커버할 필요가 있죠.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단기가 아니라 꾸준히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하니까 변동성을 커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디폴트옵션 상품을 모두 7개를 가지고 있다. 초저위험 상품 하나에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이 각각 2개씩 심사를 통과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생애주기펀드 3종과 밸런스드펀드 3종을 가지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객관리 능력을 꼽았다. |
◆ 한국투자증권 차별화된 경쟁력은 고객관리, 접점확대에 공들이고 있어
한국투자증권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고객홍보에 방점을 찍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좋은 상품 라인업을 갖춰도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져야 하는 만큼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SNS, 블로그, 유투브 운영 등을 통해서 디폴트옵션 제도가 왜 시행이 됐고, 왜 고객들이 사전에 상품을 지정해야하는지 이해를 높이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한국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상품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홍 본부장은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성과에 걸맞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증권사고 퇴직연금사업뿐 아니라 기업금융, 개인, 파생상품 등 여러 사업에서 굉장히 우수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인데 퇴직연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투자증권이 퇴직연금에 강점이 있다는 이미지를 어떻게 줄 수 있을 지가 가장 고민입니다.
퇴직연금시장 자체가 성장한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는 상황이에요.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하느냐의 몫이겠지만 한국투자증권 경우는 지난해 앱을 리뉴얼해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고, 올해 챗봇 서비스를 개설했습니다. 앞으로는 맞춤형 개인정보와 연결해 고객별로 차별화된 안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차별화된 장점도 이러한 고객관리에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고객과의 접점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며 “고객이탈비율도 낮고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으로 이러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퇴직연금을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본인의 투자성향을 살핀 뒤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을 참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나는 무조건 원금이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데 수익률만 보고 고위험 상품에 가입한다면 다른 생활이 안 될 겁니다. 우선적으로는 본인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장기적인 주익률과 변동성까지 살피시고 선택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너무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