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외 가상화폐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시장 한파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예치사가 잇달아 출금 중단을 발표하며 유동성 위축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미국 규제 여파로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미국 규제 여파에 가상화폐 유동성 위축, 국내 가상화폐 시장 위기감 고조

▲ 국내 가상화폐 예치사가 잇달아 출금 중단을 발표하는 가운데 미국 규제 여파로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예치사 하루인베스트가 최근 입출금 중단을 발표하는 ‘먹튀’ 사건을 벌인 데 이어 또 다른 가상화폐 예치사 델리오도 출금 중단을 공지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일부 서비스사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사무실이 급하게 비워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어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델리오는 가상화폐 예치 서비스 일부를 하루인베스트에 맡겨 운영하고 있어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입출금 중단을 발표한 것을 두고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코인판에서도 이날 하루인베스트의 잠적 소식과 델리오의 출금 정지 조치 등에 관한 게시물이 올라오며 이용자들이 코인런(가상화폐를 기존 통화로 바꾸려는 수요가몰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델리오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화폐 예치 사업자로는 첫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증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규모는 아직 작지만 지난해 미국 가상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이 출금 정지를 하다가 결국 청산 절차를 밟으며 미국 가상화폐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것과 형태가 유사하다. 

국내 가상화폐업계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커가는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시세 하락을 이끌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게리 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가상화폐 산업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6일(현지시각) CNBC는 게리 갠슬러 위원장이 “미국에는 이미 달러라는 디지털화폐가 있고 일본의 엔과 유럽 유로도 이미 디지털화를 마쳤다”며 “미국에는 디지털화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미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단순히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 규제 여파에 가상화폐 유동성 위축, 국내 가상화폐 시장 위기감 고조

▲ 이휴고 하루인베스트 최고경영자. <하루인베스트 홈페이지>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규제가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앞서 5일 세계 최고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창펑 자오와 바이낸스를, 6일에는 2번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해 가상화폐를 중개하는 거래소 운영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바이낸스코인, 바이낸스USD, 폴리곤, 에이다, 솔라나, 파일코인,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알고랜드, 디센트럴랜드, 코티, 코스모스, 칠리즈, 플로우, 디피니티, 니어프로토콜, 대시, 보이저, 넥소 등의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꼽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증권 분류에 11일 기준 알트코인 시총 약 45조 원이 빠져나갔고 이에 해당 알트코인 운영사들은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가운데 가장 큰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비트코인 역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알트코인 폭락으로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빠져나간 돈이 외부로 흘러나가며 비트코인으로 유입되진 않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는 12일(현지시각) 대형 기관투자자들 사이 가상화폐 자체에 관한 부정적 정서가 퍼지며 자금을 빼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달 동안 빠져나간 금액은 4억1700만 달러(약 5350억 원)에 달했다. 

알트코인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자 이날 오전 상위 10개 가상화폐 시세는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으로 찾아온 가상화폐 겨울이 올해 봄을 맞았지만 국내 가상화폐 예치사의 유동성 위기와 세계 1, 2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의 규제 위기가 겹치며 가상화폐 빙하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