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원생명과학 박영근 지난해 보수 100억 육박, 자회사서도 38억 받아

▲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진원생명과학뿐 아니라 자회사 VGXI에서도 수십억 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가 지난해 10월 열린 VGXI 신규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서페이스678>

[비즈니스포스트]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가 2022년 총 100억 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진원생명과학에서 56억 원을 수령한데 더해 순손실을 보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자회사 VGXI에서도 38억 원을 받았다.

박 대표가 받은 지난해 보수총액은 진원생명과학 연결기준 매출액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로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13일 진원생명과학의 유가증권신고서를 보면 자회사 VGXI는 박 대표에게 지난해 보수로 급여와 상여 등 294만 달러(약 38억 원)를 지급했다. 

VGXI는 진원생명과학의 100% 자회사다. 유전자치료제 원료 플라스미드DNA 등을 위탁생산한다. 등기임원으로 박 대표와 조병문 진원생명과학 전무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보수는 진원생명과학과 별도로 VGXI에서도 지급된다.

진원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에서 “VGXI는 임원 보수에 대해 모회사 기준을 준용해 적용했다”며 “급여의 경우 당사에서 지급되는 부분을 감안해 일부 하향조정했으며 상여의 경우에는 VGXI의 상여 산출 프로그램에 의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대표가 VGXI로부터 막대한 보수를 받은 배경이 실적에 따른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VGXI는 2022년 매출 311억 원에 순손실 88억 원을 냈다. 2021년에도 순손실 약 9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VGXI 매출 10% 이상이 박 대표의 급여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작년 진원생명과학과 VGXI에서 받은 보수 총액은 94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진원생명과학 연결기준 매출 487억 원의 19.3%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끄는 한종희 DX부문장 겸 대표이사의 지난해 총 보수도 46억3500만 원에 머물렀다.

이처럼 막대한 박 대표의 급여는 진원생명과학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진원생명과학 연결기준 판매관리비는 494억 원으로 매출을 초과했다. 판매관리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인 급여는 204억 원에 이른다. 박 대표가 받은 급여가 전체 급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원생명과학은 부족한 운영자금을 보충하고 VGXI의 CDMO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CDMO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7월 765억 원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모집해 이 가운데 650억 원을 VGXI 신규시설 자금으로 배정했다. 2021년 12월에는 1138억 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이뤄졌고 또 VGXI에 908억 원가량이 돌아갔다. 

회사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능력 700리터에 불과했던 기존 공장에 더해 전체 7500리터 규모에 이르는 신규 1공장을 계획했다. 신규 1공장은 지난해 10월 준공됐고 올해 5월 1단계 시설인 3천 리터 규모의 가동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1공장 이후에도 2공장 등 후속 생산시설 건설이 계획돼 있다.

박 대표가 이처럼 VGXI에 대거 투자를 결정한 까닭은 장차 유전자치료제시장이 성장하면서 플라스미드DNA 위탁생산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는 CDMO사업 육성을 통해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주 규모는 아직 ‘1조 원’과 거리가 멀다. 진원생명과학의 플라스미드DNA 수주는 2021년 1370만 달러(약 175억 원)에서 2022년 2200만 달러(약 280억 원)로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해 1~5월에는 1130만 달러(144억 원가량)에 머물렀다. 

진원생명과학은 “2022년 말부터 경기침체를 우려한 제약사들의 위탁생산 문의가 감소했다”면서도 “신규 1공장 1단계 플라스미드DNA 생산시설은 마무리된 상태로 올해 초 수주한 약 75억 원 규모 발주에 대해 생산을 시작했기에 추가적인 수주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VGXI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은 5월 818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모집하는 자금 중 65억 원을 VGXI의 핵산(RNA) 원액 생산시설 자금 및 부지 구입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VGXI는 지난해 미국에서 취득한 부지를 담보로 은행권으로부터 차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공장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아 은행권으로부터 차입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VGXI의 기업공개(IPO)도 자금 모집을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진원생명과학은 “2021년 9월 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해 VGXI 신규 2공장 건설자금에 대한 조달을 시도했으나 회사가치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현재는 VGXI의 IPO를 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내 스팩 합병 및 IPO를 위한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되는 3~5년 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