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버스' 애플과 다르다, 사업 방향성 뚜렷한 차이 보여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비전프로와 자사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의 지향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사회적 공간임을 강조한 그의 발언으로 향후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 방향성을 구체화 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0월11일 열린 '메타 커넥트'에서 저커버그 CEO가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메타>

[비즈니스포스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보고 자신이 구상한 메타버스 제품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메타의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가 가상현실 속 세계에서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비전프로는 개인 경험에 더욱 집중한 상품이라는 뜻이다.

애플 비전프로 출시는 메타가 차별화한 전략을 앞세워 메타버스 사업 방향을 재정비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9일 IT전문지 더버지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저커버그 CEO는 애플 비전프로가 자신이 생각하는 메타버스 제품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파크 메타 본사에서 전사적 회의를 열고 비전프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애플은 한 사람이 홀로 소파에 앉아있는 채 비전프로를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며 “메타 퀘스트는 착용자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상호작용을 하게끔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헤드셋 사용자 개인의 편의성과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애플 제품과 달리 메타는 혼합현실 헤드셋을 통한 사람들의 사회적 교류에 더욱 집중했다는 의미다. 

메타는 가상현실 기기로 이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하나의 ‘사회’와 같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 접속한 사람들 사이 교류를 돕는 도구로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애플은 비전프로를 ‘애플 최초의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 정의하며 혼합현실 헤드셋이 개인 컴퓨터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임을 시사했다. 

비전프로를 처음으로 발표한 개발자회의(WWDC)에서도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유사한 특징 때문에 퀘스트와 동일한 혼합현실 헤드셋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메타 퀘스트와 애플 비전프로가 지향하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커버그가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혔던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 뒤 메타버스 사업에 차별성을 더해 다수 이용자의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방향성을 더욱 뚜렷하게 굳혀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버스' 애플과 다르다, 사업 방향성 뚜렷한 차이 보여

▲ 사진은 메타 퀘스트 3 유튜브 홍보영상에서 갈무리한 장면. '최고의 편안함과 함께 즐기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사용자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메타버스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타>

두 제품이 보이는 성격 차이는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비전프로가 3499달러(약 453만원)인 반면 메타 퀘스트 3는 499달러(약 64만6천 원)로 출시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퀘스트가 더욱 대중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과거 '퀘스트 프로'라는 고가의 헤드셋을 출시했지만 부정적인 시장 반응에 중저가형 모델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퀘스트와 비전프로가 제품 용도와 가격에서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면서 메타버스 사업에서 고전하던 메타에게 기회가 열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애플의 진입으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분야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한 메타의 제품이 수요 확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메타는 수년간 메타버스 사업에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쏟아부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메타가 2020년 4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메타버스 사업팀 리얼리티랩스에서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모두 300억 달러(약 38조7700억 원)에 달한다. 

저커버그 CEO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에 투자 확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메타버스 사업을 결국 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애플 비전프로와 관련한 언급으로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 방향성을 더욱 확실히 하며 활용성과 가격 측면에서 모두 차별화된 경쟁요소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사회와 관련된 기술이며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 것”이라며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