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리츠증권이 주요 증권사 가운데 홀로 인력을 늘리는 행보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기업금융(IB) 중심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전문 인력을 늘리면서 오히려 부동산 PF 영토 확장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메리츠증권 PF 전문가 나홀로 늘렸다, 최희문 부동산PF 초격차 지위 정조준

▲ 국내증권사의 전반적인 인원 감축 속에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임직원 수를 50명(3.2%)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 임직원 수는 3만91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3만9534명 대비 515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증권사가 취급하는 부동산 PF 등 금융상품에서 악재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PF를 취급하던 인력을 줄이는 등 IB부문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바람이 거셌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150명을 줄이면서 29.4%에 이르는 직원 수가 줄었다. 케이프투자증권(-10.3%), 이베스트투자증권(-7.5%) 등 부동산 PF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던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뚜렷한 인원 감소세가 나타났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수를 줄인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부동산 PF 인력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임직원 수를 50명(3.2%)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다올투자증권에서 계약이 만료된 부동산 PF 인력 25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IB 사업 3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15명을 추가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에 “리스크 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강력한 비즈니스 라인을 덧붙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최고 인재들을 더 공격적으로 영입해서 소싱 분야를 다각화하고 딜소싱 역량을 강화 중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PF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등 부동산 PF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초격차 지위를 확보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자금에 여력이 있는 증권사로서는 분양권을 보다 싸게 매수하는 등 투자기회를 노릴 수 있는 시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2010년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부동산 PF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이후에도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바 있다.  

최희문 대표가 이끄는 메리츠증권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꼐 공격적인 투자행보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경영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이화그룹 주식이 거래가 정지되기 전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통해 이득을 냈으며,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KH그룹 전환사채(CB)에도 32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비교적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부동산 PF 시장에서 신규 딜의 수는 줄었지만 굵직한 건수들을 따내며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1월 롯데그룹과 1조5천억 원 펀드를 만들어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으로 부동산 PF 관련 채권을 매각하면서 자금을 확보했고 이후 만기가 도래한 PF를 순차적으로 상환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최근에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6조3천억 원 규모 성남시 분당 백현동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 사업’ 민간 참여자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메리츠증권이 대표로 삼성증권, DL이앤씨, 태영건설, 유니퀘스트, 씨에스프라퍼티, JS산업개발이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딜이 줄어든 가운데, 공공개발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