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진행되면 한화는 우선 우선협상대상자 실시협약 전 협상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뒤 우선협상대상자 체결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발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되더라도 의혹이 있는 경우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존재한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공모에서 탈락한 KT컨소시엄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효확인소송 송장을 5월31일 전달받기도 했다.
KT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이앤엠컨소시엄’이 외국인투자법상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이 30%를 넘지 않아 공모자격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대상자 선정이 취소되고 KT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공공사나 개발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관련 의혹이 있을 때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행위 무효확인소송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2일부터 이날까지 여러 상황이 급진적으로 진행돼 왔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발·소송과 관련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 DL이앤씨 >
한화 건설부문은 백현마이스 심의가 진행된 5월25일 2일 전인 5월23일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을 성남시에 제기했다. 특정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예비 평가위원들의 녹취록과 7명 명단도 함께 제출했다.
이후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조사에 나섰고 7명 가운데 5명이 예비후보군 159명에 포함돼 불공정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심사 당일인 5월25일 추첨을 통해 최종 평가위원 17인을 선정하고 심사를 그대로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성남시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상진 시장이 즉각 감사실을 통해 사실여부 파악을 지시했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의혹 제기 사안에 성남시가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마이스 사업과 관련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건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4월 임기를 1년7개월 정도 앞두고 물러났는데 신상진 시장 측근이 사퇴를 종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백현마이스사업이 본격화하는 단계에서 특정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박경섭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백현마이스 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 20만6350㎥ 규모 부지에 ‘4차산업 기반 글로벌 시티’를 지원하는 전시·회의·관광 등 마이스(MICE)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25년 착공해 2027년에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리츠증권, DL이앤씨, 태영건설 등)은 지난 5월26일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공정성 관련 시비가 불거지면서 사업 진행이 늦춰질 것이란 시선이 떠오른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9년부터 서울역 북부 역세권(2조 원), 수서역 환승센터(1조2천억 원),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공간(2조1600억 원) 등 해마다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수주해 오며 복합개발사업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백현마이스 사업에 도전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10대 건설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컨소시엄을 이뤄 백현마이스 입찰에 참여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업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공공개발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한화 건설부문이 강한 수주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