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하는 상장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사업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는 데다 최근 기업공개(IPO)시장에도 온기가 돌면서 상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 1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해 상장에 승부수를 던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SK에코플랜트 신사업 자리잡고 IPO시장도 온기, 박경일 상장 속도 붙이나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상장계획에 청신호를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사업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는 데다 최근 기업공개(IPO)시장에도 온기가 돌면서 상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 안팎에 따르면 고금리와 투자심리 위축에 얼어붙었던 코스피시장이 활기를 찾고 조 단위 굵직한 기업들이 미뤘던 기업공개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SK에코플랜트의 연내 상장 가능성에도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경일 사장은 SK에코플랜트 대표에 오르면서부터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체질전환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기업공개를 준비해왔다. 목표로 했던 2023년 상장을 위해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박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2021년은 환경사업자로 전환하는 원년이었다”며 “2022년은 성공적 기업공개 달성을 위한 준비를 완성하는 해”라고 말했고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 회계기준 변경, SK오션플랜트(삼강엠앤티) 자회사 편입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기업공개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자금 확충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2023년 상장 목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 사장은 계획대로 2022년을 기준으로 3조 원 규모를 투입한 환경사업과 해상풍력, 연료전지 등 에너지분야에서 굵직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마무리했다.

소각과 매립, 수처리 등 환경사업은 국내 매출 기준 1위를 꿰찼고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자회사 SK오션플랜트 편입에 힘입어 올해부터 에너지사업도 실적 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자회사 SK오션플랜트는 올해 4월 코스피로 이전상장도 마쳤다.

그린수소와 연료전지 발전사업 본격화로 친환경에너지분야에서 기업가치도 더 높여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SK에코엔지니어링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몸집도 더 키우고 있다.

기업공개시장 출격을 향한 채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체질전환을 통한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 증대 전략이 순항하는 것과 별개로 투자시장 상황이 상장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확보한 환경사업, 에너지사업 등 각 사업부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성공적 기업공개를 위한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조 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대어급’ 기업들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 연기했다. 1월 컬리부터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상장을 철회했고 오아시스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계획을 물렸다.

상반기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 2곳의 신규상장 외 일반 기업 상장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하반기 시장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6월에만 서울보증보험,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기업 4곳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SK에코플랜트 상장을 통해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3월 기업공개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기업가치가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SK에코플랜트는 우선 전통적 건설기업에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체질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신사업들의 실질적 실적 기여를 확인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에너지와 환경사업부문 매출이 각각 1조2645억 원, 7823억 원으로 2021년보다 각각 66.5%, 43.7%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주택건축, 토목, 플랜트 등이 포함된 솔루션사업부문 매출은 5조5040억 원으로 2021년보다 2.7%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 매출에서 에너지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8%에서 2022년 16.7%로 커졌다. 환경사업 비중은 2020년 0%에서 2022년 10.4%가 됐다.

SK증권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영업이익에서도 에너지, 환경사업 영업이익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환경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이 4%대를 보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는 실적 체질개선에 확실히 성공했다”며 “SK오션플랜트 인수, 블룸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부터 수소 등을 활용한 에너지 변환저장과 운송, 폐기물 재활용까지 신재생에너지 종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한 기업가치 제고 요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24~2025년 예상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SK에코플랜트의 순자산가치를 최대 10조7천억 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7조2천억 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는 환경부문은 거점시장 진출을 통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실적 개선, 장기적으로 SK그룹 배터리 포트폴리오에서 계열사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에너지부문도 그린수소 모든 산업과정 가치사슬(밸류체인) 내재화를 완료했다”고 바라봤다.

다만 김 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가 상장 계획은 조금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봤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풍력과 연료전지산업 주가가 낮아져 있는 점, 인수합병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이 순자산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온전한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 상장 시점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자금경색 위험부담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4월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SC)증권, 씨티그룹글로벌 마켓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같은 해 6월과 7월에는 두 번의 프리IPO로 1조 원 규모의 자본금도 확보했다. 2022년 12월에는 조성옥 CFO센터장을 사내이사에 신규선임해 조직 내부적으로도 상장 채비에 힘을 실었다.

SK에코플랜트 상장은 그룹의 자금 확충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박 사장이 상장 시기를 신중하게 가늠할 공산이 크다.

SK그룹은 2018년 뒤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부문을 중심으로 한 해 20조 원을 웃도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그룹 전반의 채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SK그룹은 2022년 말 총차입금 규모가 105조 원 수준으로 2019년 말 61조 원과 비교해 44조 원 증가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SK그룹은 대규모 투자지출로 그룹 전반의 재무적 완충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소재분야 투자를 지속할 예정으로 당분간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산매각, 기업공개 등을 통해 추가적 자금조달이 가능한 점에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사업부문 실적 등에 따라 재무안정성 추가 저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