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롯데그룹 울타리에서 새 출발을 시작한 뒤 처음 받은 성적표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초대 수장을 맡은 김연섭 대표이사도 답답한 형편이 됐다.
김 대표는 매출과 수익성 양쪽 측면에서 모두 악재를 만나며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우선 말레이시아 공장의 높은 수익성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사진)는 매출과 수익성 양쪽 측면에서 모두 악재를 만나며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인 만큼 말레이시아 공장의 높은 수익성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주력으로 하는 동박 시장에서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공급 과잉은 지속되며 동박 제조업자들에게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가 동박 판매량이 감소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전기차시장이 단기간 내 압축성장을 한 덕분에 동박 수요도 급등했지만 가파른 성장세에 뒤따른 피로감으로 전기차시장 성장이 일시적으로 정체되자 동박 수요 역시 함께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56% 급감한 220억 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국내 전력비 부담도 급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16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존보다 kWh당 8원 오른 154.6원으로 인상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6.9원)과 7월(5원), 10월(최대 16.6)에 이어 올해 1월(13.1원)과 5월(8원)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kWh 당 최대 49.6원이 인상됐다.
동박 제조 원가에서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인데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이 꾸준히 상승한 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국내 사업 위주로 반영된 별도 실적을 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분기에 영업손실 50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런 악재들이 반영되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636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을 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72%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164억 원이었는데 그 절반도 못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롯데그룹 화학군이 배터리소재 사업확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인수한 곳으로 롯데그룹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약 2조7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올해 3월 인수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며 새롭게 출범했고 일진머티리얼즈란 기존 회사이름도 이때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롯데그룹 배터리소재 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그룹 화학군의 성장동력을 책임질 차세대 핵심 계열사로 큰 기대를 받았다.
애초 롯데그룹의 인수 금액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그럼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강행한 배경에는 배터리소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그룹 내부의 강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연섭 대표는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출범과 함께 첫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다양한 동박 제품 라인업과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회사”라며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글로벌 배터리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배터리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탓에 첫 수장을 맡은 김 대표로서도 당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맡자마자 외부 요인들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다만 동박 시장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에 관해서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 동박 생산 과정.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 톤에서 2025년 75만 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환산한 시장규모는 2018년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1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침투율은 2015~2017년 1%에 불과했는데 2022년 13%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침투율 확대 여지가 많은 만큼 전기차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동박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침투율이 2035년 약 9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이런 동박의 중장기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증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에 동박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
특히 김연섭 대표는 말레이시아 공장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말레이시아 공장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서 매출,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국내 익산 공장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기준 연 4만 톤의 생산능력도 올해 6만5천 톤, 2024년 9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는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전력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의 사라왁 주정부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고 한국보다 40% 저렴한 수준으로 전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공장에서 전력비용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공장은 전력비 이슈와 무관하고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 1분기에도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 개선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에 달려있다”고 바라봤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배터리 고객사의 수요 회복과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라 동박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익성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 상승으로 전체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인플레이셔감축법(IRA)의 중국기업 배제 기조가 본격화되면 말레이시아 공장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부품으로 분류된 소재들은 2024년까지 해외우려집단을 밸류체인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중국산 동박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한국과 말레이시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는 롯데머티리얼즈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