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교수(왼쪽)의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임 이후 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디자인 전문가로 꼽히는 배 교수만큼 '눈에 차는' 인물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디자인 혁신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교수가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그만둔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센터장 자리는 계속 비어 있다.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는 신 회장이
배상민 교수를 영입하며 만든 부서다. 2021년 9월에 롯데그룹 안팎의 인재들이 센터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신 회장은 디자인경영센터의 사무실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8층에 마련해줬을 정도로 공을 들여 조직 기반을 만들었다.
센터를 롯데지주 소속에 배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신 회장이 디자인 경영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신 회장은 디자인경영센터의 초대 센터장에 배 교수를 앉히면서 그에게 사장 직급을 주기도 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면서 단번에 사장 예우를 해줬다는 것은 그만큼 신 회장이 디자인 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디자인경영센터의 사무실이 확장 이전했을 때 송용덕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새 사무실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디자인경영센터 임직원들에게 호텔룻데가 운영하는 최상급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에서 만든 케이크와 함께 감사하다는 뜻에서 직접 편지까지 보내기도 했다.
이는 신 회장이 디자인경영센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배 전 센터장이 올해 1월 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디자인경영센터는 수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 빈자리가 유지되면서 배 센터장의 사임 이후 디자인경영센터의 역할이 다소 축소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디자인경영센터가 롯데그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외부 인재를 영입하거나 내부 승진 인사로 빈자리를 빠르게 채웠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배 교수만한 인물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공석을 좀처럼 메우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배 교수는 ‘디자인계의 하버드대학’으로 유명한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가운데 하나인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파슨스디자인스쿨의 교수가 되었고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디자인 회사 스마트디자인과 데스키에서도 일했으며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코닥, 3M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도 함께 일했다.
세계 4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디자인어워드와 iF, IDEA, 굿디자인 등에서 40회 이상 수상한 경력까지 지녔다는 점에서 배 교수는 성공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이런 인물이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의 초대 수장을 지냈다보니 그의 뒤를 이어 롯데그룹의 디자인 경영을 믿고 맡길 만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눈높이가 높아진 상태에서 디자인 혁신을 통한 롯데그룹의 이미지 변신을 주도할 인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는 5개 팀, 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경영센터의 임원은 이정혜 상무보가 유일하다. 사장 직급으로 운영되던 센터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상무보는 지난해 12월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에 합류한 디자인 전문 임원으로 1995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줄곧 디자인 분야에서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디자인경영센터는 롯데그룹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 혁신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인 롯데GRS 소속 롯데리아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 롯데제과 영등포 공장 재개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지주는 과거 디자인경영센터의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롯데그룹 계열사인 유통과 호텔 및 서비스, 식품, 엔터테인먼트 등의 공간(내외부) 기획 및 디자인 등을 맡을 직원을 찾기도 했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전반적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는 선두 조직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현재 디자인경영센터를 이끌 적임자를 대내외에서 다양하게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