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유럽 지역에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에서 생산 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CATL을 포함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2018년 이후 발표한 유럽 투자 규모는 175억 달러(약 22조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와 연구기관 로듐그룹(Rhodium Group)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은 헝가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ATL은 테슬라, 포드와 제휴해 기술제휴 형태로 미국 시장 우회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아무래도 현지 생산시설 확대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에선 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기업이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글로벌 생산능력 목표의 절반가량인 277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온은 2025년까지 151GWh를 미국에서 생산할 예정인데 이는 글로벌 생산목표의 70%에 해당한다. 삼성SDI 역시 미국에서 최대 70GWh까지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은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 기준 점유율에서는 CATL이 선두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점유율 순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CATL(24.4%)를 제쳤다. 이에 중국업체들이 유럽 지역 투자를 늘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씽크탱크들은 보고서에서 "중국은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 생산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유럽에는 배터리를 만드는 주요 기업이 없어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유럽 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에 중국은 늘어날 전기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배터리뿐 아니라 자동차를 유럽에서 만드는 데도 관심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배터리 투자 확대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전체 유럽 투자는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22년 유럽에 79억 유로(87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2% 감소한 수치다.
중국의 대유럽 투자가 감소한 원인으로 반도체와 같이 군사 또는 민간 부문에서 모두 사용하는 상품과 관련한 거래를 향한 조사가 강화된 점, 유럽연합 내 주요국 정부가 주요 인프라에 중국이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 등이 꼽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