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여전히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온 내부에서도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추진한 공격적 미국진출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성장세도 더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SK온이 최재원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사진)이 추진한 공격적 미국진출 효과 본격화로 올해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SK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르면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생산거점들의 가동률 및 수율 개선과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여지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447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손실이 26.1% 확대됐다.
다만 1분기 영업손실에 격려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일회성 비용과 포드 전기트럭 화재와 관련한 충당금 등이 반영된 만큼 이런 요소들을 제외하면 향후 영업수지가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SK온은 1분기 매출 3조3053억 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새로 가동하는 공장들에서 제조한 배터리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중국과 유럽 공장의 수율이 목표치를 웃돌며 수익성도 개선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 내 생산거점 구축 효과가 본격화하며 앞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미국 공장의 가동률·수율 개선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효과(1~2분기 2490억 원) 등으로 2분기부터 소폭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외형 성장과 세액공제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배터리 사업가치는 점차 부각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SK온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흑자를 낼 수 있는지를 놓고서는 주요 증권사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분기마다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SK온이 10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바라봤지만 NH투자증권은 6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조차도 내년에 SK온이 1조3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이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미국 생산거점 구축을 선제적으로 진행한 데 따른 보상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온은 배터리업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미국 내 생산거점 구축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한 기업으로 꼽힌다.
SK온은 이미 조지아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공개된 추가 증설 계획을 반영하면 2025년 약 190GWh 생산능력이 더해져 210GWh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에서 생산능력 측면에서 SK온을 앞서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단 한 곳 뿐이다. 게다가 가동률과 수율 안정화까지 적어도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경쟁업체들이 발빠르게 미국 증설에 나서도 SK온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면 이는 오너경영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공격적 증설 전략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가동률과 수율이 안정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증설 확대 기조를 유지하는 전략은 어지간한 뚝심으로 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배터리 시장 전망이 밝다 하더라도 조 단위 손실을 내면서 증설을 위한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은 전문경영인이라면 쉽지 않을 수 있다. SK온의 2022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726억 원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21년 12월 SK온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하기 한참 전부터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키우게 된 배경에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권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SK온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서로를 믿으며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열심히 노를 젓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통상 제조업은 초기 4~5년은 적자를 보다가 이후 빠른 속도록 빛을 본다”며 “우리도 독립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SK온이 오래 적자를 지속한 데다 자체 현금도 부족한 탓에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투자금융업계에서 SK온의 몸값이 높아지며 자금조달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주요 셀 제조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인 SK온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이 원활하게 SK온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8243억 원과 3756억 원의 자금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했다. 이와 별도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자금 2조 원이 지원됐다.
SK온은 미국 내 증설과 더불어 배터리소재 공급망 강화에도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포드,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북미에 양극재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운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광물개발기업들인 웨스트워터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SK온과 웨스트워터리소스는 고성능 음극재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한 뒤 향후 SK온 배터리에 적용해 실제 생산하는 배터리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선희영 SK온 선행연구담당은 "현지 공급망을 강화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지 유력 원소재 기업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