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경쟁 또한 데이터와 자본을 갖춘 빅테크기업이 주도할 것이란 주요 외신 분석들이 나왔다.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듈형 데이터센터인 애저 모듈러 데이터센터의 모습. <마이크로소프트> |
[비즈니스포스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부진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의 클라우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기술 투자경쟁으로 지출이 늘어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일제히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세 기업이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1분기 매출은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15%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약 1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er)는 매출은 늘었으나 성장률이 줄었다. 1분기 매출 성장률은 2022년 1분기 대비 27%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발생한 10억 달러(약 1조3349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검색 부문 실적으로 재분류해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과 MS, 구글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신사업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일 빅테크 기업으로 증권사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1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은 세 기업의 매출 총합이 이번 회계연도 2분기까지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용자 이탈에 따른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와 인공지능 기술 투자비용을 실적 부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주요 고객사인 기업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응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오펜하이머의 클라우드 분야 전문가 티모시 호란은 최근 아마존과 MS 클라우드 부문의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대신 자체 서버를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고객사의 비용 감축 노력이 지속되는 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눈에 띄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학습과 유지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대형 IT기업 실적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력하며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벌여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성을 개선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은 각각 챗GPT의 '대항마'로 자리잡을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특성상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곧바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은 반면 개발 비용과 서버 유지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는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 주도권 확보로 이어져 큰 성장 기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유지비용을 최적화함으로써 다른 IT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오픈AI와 같은 신생기업이 챗GPT를 통해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켰지만 결국에는 이미 대형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중장기 관점에서 연구개발 및 유지비용을 지출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 기업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기업의 올해 실적 부진은 향후 인공지능 시장에서 승기를 잡아 시장 주도권을 갖추고 다양한 서비스로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1보 후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회사 스테이빌리티AI의 창업자 에머드 모스타크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를 갖춘) 대형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