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TSMC 지분 매각에 대만 정부도 반응, 미국에 우려 전해

▲ 미국 정치권에서 대만 반도체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은 점을 두고 대만 정부가 우려하는 의견을 전했다. 사진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만 정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TSMC와 같은 현지 기업은 물론 대만 정부를 향한 국내 여론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1일 “대만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도를 지나친 발언을 내놓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만에 첨단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마이클 맥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이런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발언이 TSMC 등 자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말 TSMC 지분을 대거 매도한 일이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버핏 회장은 TSMC가 우수한 경영체제 및 사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다른 투자자들도 TSMC를 비롯한 현지 기업들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블룸버그를 통해 “대만을 비롯한 동맹국과 협력을 꾸준히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대만 정부가 이처럼 미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언급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내년 1월 진행되는 총통선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인 대만 민주당은 최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무력도발 등으로 지지율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더욱 큰 고민을 안게 됐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목받으며 TSMC 등 기업뿐 아니라 정치적 여론에도 계속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은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가 대만의 안보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공세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대만 정부는 미국이 발언의 수위를 조금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군사적 및 외교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