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인호 에코비트 총괄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국내 환경사업 1위를 지켰지만 뒤를 쫓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추격이 매섭다. 주력사업인 매립사업의 가격이 하락해 실적이 둔화되고 있어 최 사장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통해 성장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비트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 최인호 성장동력 키운다

▲ 최인호 에코비트 총괄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폡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키우고 있다. .


21일 에코비트에 따르면 회사는 자회사 에코비트프리텍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에코비트는 국내 환경사업 1위 업체다.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에코솔루션그룹(ESG)이 지난해 10월 합병해 탄생했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각각 지분 50%씩을 쥐고 있다.

에코비트프리텍은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전처리에 해당하는 블랙파우더를 생산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를 해체해 알루미늄, 철 등을 분리한 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포함된 검은 가루(블랙파우더)를 만드는 전처리와 블랙파우더를 화학처리 해 개별 원재료로 분리하는 후처리로 구분된다. 

에코비트프리텍은 2017년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시작한 국내 폐배터리 모듈·팩 최다 처리업체로 전기차 1만5천 대 분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폐배터리 운송부터 보관, 블랙파우더 생산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진천 2곳, 밀양, 영천 등 사업장에서 2021년부터 코나와 EV볼트 등의 물량을 수주받아 전처리 과정을 수행하고 1450톤의 실적을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진천에서 2개 공장 증설을 끝내 전기차 3만 대 분량인 7천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더해 최 사장은 앞으로 양극재 재활용 전용라인을 설치하고 추가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에코비트프리텍 실적은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299억 원,영업이익 27억 원, 순이익 28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1년과 비교해 6% 감소했지만 영업손익과 순손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코비트는 자회사 에코비트프리텍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전처리 시설은 인허가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고 증설이 완료되면 에코프로CNG에 이어 전처리사업 2위 사업자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시장 규모는 2030년 60조 원, 2040년 200조 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 사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다.

최 사장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키우려는 데에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비트는 2026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당초 2020년 에코비트(옛 TSK코퍼레이션)를 상장할 계획이었는데 시장 여건을 고려해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비트가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환경사업에서 볼트온 전략이 주춤하고 있고 주력사업인 매립사업의 단가가 하락하고 있어 최 사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볼트온 전략은 유사기업 인수합병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에코비트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427억 원, 영업이익 1209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1년보다 5.1%,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것이다. 

2018년 매출 5044억 원, 영업이익 839억 원을 거뒀고 2020년 매출 5755억 원, 영업이익 1188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기대만큼 빠르게 실적이 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매립시설이 확충되며 매립단가가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특히 충청도에 2021년 충담 당진에 위치한 제이엔텍의 대규모 매립장(515만㎡) 등의 매립시설이 들어섰다. 

에코비트 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인 SK에코플랜트의 성장세가 매섭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부문 매출은 2021년 4408억 원에서 2022년 7823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 매출을 구체적으로 보면 국내 5114억 원, 해외 2708억 원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북미, 유럽 등 모두 21개국에서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시설 43개를 운영하고 있는 테스(TES) 지분 100%을 매입했다. 같은 해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 지분 30%도 인수해 2022년부터 해외매출이 발생했다.

국내로 한정하면 에코비트가 환경사업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국내만 놓고봐도 SK에코플랜트의 추격세가 만만찮다. 

에코비트의 실적 정체는 자회사였던 에코비트엔지니어링을 코스닥 상장사 금화피에스시에 850억 원에 매각한 영향도 있다. 이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볼트온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다만 최 사장은 KGETS 환경사업부문,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등 환경기업 인수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매각가격이 눈높이에 맞지 않았고 금리인상 등의 영향에 부담이 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에코비트는 창원에너텍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너텍은 사업장 폐기물 매립은 물론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 스팀을 판매하는 업체다. 다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인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도자인 SG프라이빗에쿼티-SKS프라이빗에쿼티가 1500억 원 수준의 가격을 원하고 있지만 에코비트, E&F프라이빗에쿼티, PTA에쿼티파트너스 등은 1300억 원 선을 제시해 매도희망가와 매수희망가 괴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