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이 오는 5일 만기 출소한다. 노무현 정부 때 정관계에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다.

  만기출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박 전 회장은 지난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심사를 통과했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이 이례적으로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아 만기를 채웠다. 그만큼 박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려해 미운 털이 박혀있는 존재인지 모른다.


박 전 회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베트남에 머물며 기업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는 말이 측근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태광실업의 한 임원은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새로 인수한 정산인터내셔날 부산공장을 둘러본 뒤 박 전 회장이 심혈을 쏟아온 베트남 공장들을 둘러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박 전 회장은 기업 활동을 제외한 외부 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결심”이라고 말했다. ‘영구히’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베트남에 깊은 애착을 품고 있다. 베트남에는 박 전 회장의 사업체가 4개가 있다. 나이키 신발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들이인데, 무려 4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또 호치민에서 약간 벗어난 다이푹이라고 하는 조그만 섬에 박 전 회장의 호를 따 만든 정산골프장이 지난해 문을 열고 영업중이다. 특히 베트남 중북부에 2,4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도 추진중인데 박 전 회장 구속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무려 50억 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박 전 회장이 출소 뒤 이런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이다. 박 전 회장은 베트남 국가주석을 비롯해 전현직 장관들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 전 회장이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한국에 머물기에는 온갖 정이 다 떨어진 상황인 것도 베트남 행을 추측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박 전 회장은 누구나 다 알 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이 되어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자살하는 비극적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됐다. 당시 박 회장의 검찰 진술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검찰 출두 23일 뒤 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밖에도 박 회장이 세종증권 등의 인수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를 동원했다는 혐의, 노 전 대통령의 자녀의 해외 정착을 위해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 등등 노 전대통령 가족들이 모두 박 전 회장과 엮여져 곤욕을 치렀다.


박 전 회장이 출소 후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인지에 대해 측근들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도 박 전 회장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손톱 만큼도 없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행은 일시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트남 사업을 비롯해 박 전 회장은 칭다오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런 만큼 박 전 회장이 출소하고 베트남에서 여론의 집중조명을 피하고 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는 것이다.

태광실업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신발 등을 납품하는 한편 운동화 등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로 김해에 공장이 있다. 박 전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로 구속수감되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