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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아워홈 오너일가 이번엔 배당 싸움, 직원들 보기 안 부끄럽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3-28 15: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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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재벌 오너일가의 갈등은 진부하다. 이들이 다툰다는 소식은 해마다 빠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경영권과 지분, 상속 등 적나라한 이권다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툼이 일어나는 회사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회사의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부모자식이나 형제자매 등 ‘피가 섞인’ 사이에서 유독 갈등이 심하다.
 
[기자의눈] 아워홈 오너일가 이번엔 배당 싸움, 직원들 보기 안 부끄럽나
▲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사진)이 아워홈에 배당 3천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워홈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남매의 다툼은 유독 볼썽사납다.

아워홈은 2000년 1월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분사된 기업으로 단체급식과 외식, 식품 및 식자재 제조·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지난해 별세한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99%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아들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38.56%, 첫째 딸인 구미현씨가 19.28%, 둘째 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이사가 19.60%, 막내 딸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20.67%를 들고 있다.

사실상 재벌가가 온 지분을 소유한 가족기업과 같은 셈인데 이 회사에서 최근 배당을 놓고 믿기 힘든 이례적 요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네 자녀 가운데 아워홈 경영에 오래 전부터 참여했던 인물은 구지은 부회장이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외식사업을 주도하며 2015년에는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6년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면서 이들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그룹의 장자승계 문화를 내세워 아워홈의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막내 동생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자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자신이 경영수업을 받아온 회사의 대표 자리를 내줘야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맏언니인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물러나야 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이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꽤씸죄에 걸려 보복도 당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 공급을 받아왔는데 2019년경 구본성 전 회장이 이를 막아버려 사실상 영업 중단 위기까지 몰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맏언니인 구미현씨가 구지은 부회장 편을 들지 않았던 탓에 구지은 부회장은 오랜 기간 아워홈 경영에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회는 2021년 6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당시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구지은 부회장은 언니들을 설득해 오빠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데 성공했다. 약 5년3개월 만의 화려한 복귀였다.

하지만 최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에 이어 구미현씨까지 회사에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의 배당을 요구하면서 다시 회사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주주제안 안건으로 지난해 결산배당 약 3천억 원을 요구했다. 이 제안대로라면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몫만 1144억 원가량 된다.

아워홈이 아직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만한 배당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는 없다. 다만 2021년 6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낸 보고서를 보면 아워홈은 현금흐름 악화와 이에 따른 총차입금 증가, 부채비율 증가, 차입금의존도 증가 등으로 재무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구본성 전 부회장의 뜻대로 배당하기 힘든 처지라는 뜻이다. 2021년 5월까지만 해도 이 회사를 이끌었던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천문학적 배당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수긍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장녀인 구미현씨는 오빠의 제안과 별개로 24일 아워홈에 서면을 보내 주주제안으로 배당 456억 원을 요구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미현씨가 요구한 주주제안 역시 아워홈에는 부담이라는 시선이 많다.
 
[기자의눈] 아워홈 오너일가 이번엔 배당 싸움, 직원들 보기 안 부끄럽나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30억 원을 책정했다.

아워홈은 이들과 별개로 지난해 결산배당 30억 원을 책정했다.

배당을 놓고 회사측 안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 구미현씨의 주주제안 등 3개의 안건이 대결하는 모양새다. 사실 말이 좋아 모양새지 알고 보면 각자 낸 안건에 스스로 표를 행사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의 다툼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네 남매의 지분구조를 보면 이들이 올리는 안건 3개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배당안이 승인되려면 과반 이상 주주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장남, 장녀, 차녀-삼녀 연합 가운데 그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당안을 승인받지 못하면 아워홈은 재무제표를 확정할 수 없다. 재무제표는 회사가 돈을 빌리거나 할 때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되는데 이를 결정하지 못하면 앞으로 행정적 일을 처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아워홈이 경영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아워홈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도 넘은 다툼이 계속된다면 이런 리스크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중요해 보인다.

배당을 둘러싼 아워홈 남매의 갈등은 내부 직원들에게는 더욱 한심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아워홈의 한 직원은 최근 배당 사태를 놓고 “코로나19 시기로 회사가 너무 어려웠지만 이제 막 정상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오너일가의 해묵은 갈등이 반복돼 배당 3천억 원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생기니 힘이 빠지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난다”고 말했다.

2021년에 힘겹게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이익을 늘리며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회사에서 수천억 원대의 배당 요구가 나오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오너리스크 관련 내부 구성원들의 지적은 온라인 기업평가 사이트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오너리스크가 너무 커서 전략과 방향성이 없다” “오너일가의 이슈에 따라 방향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회사 불위기가 불안정하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이들은 “오너가 아예 세습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까지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사실 눈에 불을 켜고 싸우는 처지에 이러한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는 사실 오너일가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당장 오빠나 언니, 혹은 동생과 어떻게 싸워야 이길 것인지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꼭 기억했으면 싶은 게 있다. 이들이 가진 아워홈 지분이 가치있는 이유는 애초 가정과 인생을 걸고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지분이 없어 말은 못 하지만 직원들이 없으면 오너일가도 존재할 수 없다. 오너일가가 가진 앙금 때문에 결코 직원들이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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