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우수한 실적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를 등에 업고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 단일 최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자에 나선다.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지역 투자를 결정하며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낸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단단한 실적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든든한 뒷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조2천억 원에 이르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4곳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모두 높여 잡았다. 여기엔 세계 3대 전기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더욱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바탕에 깔려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이사회를 거쳐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연산 27GWh(기가와트시)의 신규 원통형 배터리 독자 생산공장과 연산 16G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데 7조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애리조나 투자 결정을 포함해 북미에서만 2025년까지 연간 277GW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글로벌 생산능력 목표치인 580GWh의 48%에 육박하는 것으로 글로벌 배터리기업 가운데 북미 최대 규모다. 2026년부터는 ESS용 LFP 배터리 생산물량도 더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북미 시장에서 생산능력 확장과 함께 제품 다각화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북미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생산공장을 짓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일 뿐 아니라 ESS용 LFP 배터리 공장에서는 향후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도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공식화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쟁사(CATL)와 북미 완성차업체(포드) 사이 LFP 배터리 중심 협력 확대로 삼원계 배터리에 치우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사업과 관련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이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점차 해소될 것이다”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중심의 가파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애리조나주 투자는 북미 패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권영수 부회장은 이번 사업 진행을 위해 투자금을 적기에 조달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애리조나주 배터리 투자계획을 내놨으나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같은 해 6월부터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가 올해 3월 다시 투자를 확정지었다. 그런 만큼 권 부회장으로서는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애리조나 투자 규모는 혼다와 합작법인(5조7천억 원), 오창공장 신·증설 등(4조 원),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4조8천억 원), GM과 합작법인 3개 공장(각 3조 원) 등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단일 투자 결정 가운데 단연 가장 큰 것이다. 이번 투자는 완성차업체와 합작이 아닌 독자적 투자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에서 재무전략가로 손 꼽힌다. 현재 보유한 자금 이외에도 단단한 실적,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등을 기반 삼아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조9380억 원으로 1년 전(1조2829억 원)보다 4조6천억 원가량 불어났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포함된 유동자산도 같은 기간 9조5358억 원에서 18조8043억 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부채비율도 172%에서 86%로, 순차입금비율도 65%에서 11%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자본적지출)에만 6조3천억 원을 투자했음에도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2천억 원을 한 번에 조달했고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4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590억 원)을 크게 웃돌면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1분기에 올리는 것이다.
연간으로 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2500억 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올린 역대 최대 영업이익보다도 85%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본적 배터리 시장 성장과 함께 올해 하반기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2공장(얼티엄셀즈, 연산 50GWh)의 가동이 본격화하는 등 연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이 지난해 200GWh에서 올해 300GWh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도 권 부회장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조만간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가 기존에 발표됐던 kWh(킬로와트시)당 35달러(셀 기준)로 확정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장기적으로 수조 원가량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화투자증권의 전망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받을 미국 생산세액공제 규모는 올해 1조3천억 원, 2024년 3조2천억 원, 2025년 5조6천억 원에 이른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생산세액공제가 기존과 같은 규모로 확정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중장기 실적 예상치는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에 반대의견이 확대되는 등 제동이 걸린 시기에 선제적 합작법인 설립 및 자체 공장 확대로 미국에서 안정적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7조2천억 원 투자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 공장의 4조2천억 원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나눠서 진행된다는 점까지 고려해 충분히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체 자금뿐 아니라 현지 법인을 통한 유치할 자금 등을 더해 앞으로 애리조나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번 애리조나 독자 공장 건설은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및 ESS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한 글로벌 생산 역량과 독보적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