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6조 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하며 시스템반도체사업에 진출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슈퍼셀과 알리바바 등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해 확보한 현금을 부채상환이 아닌 신사업에 투자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손정의 회장이 그동안 소프트뱅크의 투자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계속되는 지분매각으로 확보할 현금을 모두 쏟아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의 지분 79억 달러, 게임개발사 슈퍼셀의 지분 90억 달러를 처분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게임업체 ‘겅호온라인’ 등 IT기업의 지분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18조 원에 인수한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가 부진을 겪으며 재무구조가 악화돼 부채가 130조 원 정도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가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부채상환에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손 회장은 예상을 뒤엎고 ARM의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RM 측은 공개매각을 추진하지 않았는데도 소프트뱅크가 적극적 인수의사를 밝혀와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ARM은 스마트폰용 반도체시장을 독점한 데 이어 서버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 신사업분야에서 인텔과 맞서기 위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IT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용 AP(모바일프로세서)를 개발하는 퀄컴과 삼성전자, 애플은 모두 ARM의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며 ARM에 거액의 로열티(사용료)를 지불한다.
향후 모바일 반도체의 탑재분야가 자동차와 가상현실기기 등 신사업분야로 확대될 경우 ARM도 로열티 수익을 늘리며 시장성장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ARM은 해외 매출비중이 높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영국 통화가치 급락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실적부진을 이어오는 가운데 이번 인수로 더 큰 부채를 떠안게 되며 미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프트뱅크는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출발해 사업구조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변화를 주고 있다”며 “손 회장의 결단이 옳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