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증시의 뉴욕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는 외국 언론의 진단이 나왔다.
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2000년대엔 뉴욕 증시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잃고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며 “그러나 최근 뉴욕 증시는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증시에서 뉴욕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월스트리트. |
2006년 척 슈머 당시 미국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 시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2005년 24개의 대형 기업공개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건은 1건에 그쳤다”며 “뉴욕 증시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잃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런던 증시에 상장된 건축소재 기업인 씨알에이치(CRH)가 주요 상장처를 뉴욕 증시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3일엔 영국 반도체 기업 에이알엠(ARM)이 뉴욕 증시에만 상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런던 증시에 상장하라고 줄곧 권유했음에도 뉴욕을 택한 것이다.
같은 주 독일 화학기업인 린데(Linde)도 뉴욕 증시 상장은 유지한 채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린데는 독일 DAX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중국 기업들도 뉴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전자기업 흐어싸이 그룹은 지난 달 나스닥 기업공개에서 1억9천만 달러의 자금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2021년 이후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벌어들인 액수 가운데 가장 크다.
중국 의류 기업인 스어인도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음에도 뉴욕 증시의 매력은 여전한 것이다.
이에 뉴욕 증시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던 홍콩과 런던 증시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기업들이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금액은 24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같은 기간 홍콩과 런던 증시에서 모은 금액보다 8배 많다.
2019년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 수는 홍콩과 런던에 상장된 기업 수의 3배였던 점에서 최근 4년 동안 뉴욕 증시에의 쏠림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러한 원인으로 “홍콩 증시는 중국 정부의 비우호적인 태도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런던 증시는 영국 국민연금과 보험사 등 본토 투자자들이 자국 증시에 투자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고 짚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