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기술뿐 아니라 가격 경쟁까지 대비하며 긴 호흡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저변 확대에 따라 가격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는 향후 전기차 대중화에 따라 시장이 가격 중심으로 재편될 때를 대비해 저가형 LFP 배터리 시장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 ‘장기전' 준비, 중국 주도 저가 LFP 배터리 시장 참전

▲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가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배터리 시장 경쟁의 장기화를 대비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를, 삼성SDI는 '코발트프리' 배터리로 저가형 배터리 시장 진출에 나선다.


8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투자회사 아크인베스트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LFP 배터리가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021년 33%에서 2026년 47%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켈, 코발트 등 삼원계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LFP 배터리는 인산, 철로 구성된 전구체와 탄산리튬이 생산한 양극재로 만들어진 배터리다.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으로 구성된 전구체와 리튬을 배합해 생산한 삼원계 양극재가 탑재된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비용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FP 배터리의 킬로와트시당 생산비용은 삼원계(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와 비교하면 30%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IT전문매체 EE타임즈는 “기존의 생각은 (에너지용량이) 더 나은 삼원계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것이었지만 그 예측은 다소 틀릴 수 있다”라며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저비용 배터리 탑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대중화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핵심 요소가 품질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에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의 가격을 낮춰 수요층을 넓히기 위해 가격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원가의 가장 많은 40%를 차지하는 만큼 전기차 가격 경쟁이 배터리기업들의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LFP 배터리를 대거 채용하고 있는 테슬라 이외에도 포드, 벤츠, 폭스바겐, 리비안 등 세계 주요 전기차업체들은 앞다퉈 LFP 배터리 등 저가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포드는 미국에서 CATL의 기술을 제공 받는 방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미국에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투자한 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3사는 지금껏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확실한 품질 경쟁력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배터리3사에도 전기차 대중화에 따른 가격 압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 시장 경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감에 따라 최근 국내 배터리3사는 기존과는 다르게 LFP 배터리 등 저가형 배터리를 적극 개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SK온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15~17일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전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지난해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LFP 배터리 기술개발을 공식화했었다.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다는 것은 기술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고객사와의 구체적 협의 및 생산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이 2025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도 향후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를 통해 안정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뒤에 전기차용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 개발 대신 코발트를 망간 등으로 대체하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통해 저가형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다른 금속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안방인 자국 시장의 성장과 함께 주력인 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전날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2위 CATL과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차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 집계의 7.4%포인트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LFP 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자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가파르게 늘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소재기업들도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LFP 양극재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시장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LFP 양극재 공장을 올해 착공해 2025년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포스코케미칼과 엘앤에프도 LFP 양극재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기존 삼원계 등 고품질 배터리와 함께 LFP 배터리로 대표되는 저가형 배터리까지 ‘투트랙’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워낙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향후 LFP 배터리로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