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신세계그룹 안팎에 따르면 3일 이인영 G마켓 지원본부 본부장 겸 SSG닷컴 지원본부 본부장 부사장을 SSG닷컴 공동대표로 선임한 것은 예상에 없던 발탁 인사였다.
신세계그룹은 통상 정기 임원인사를 매해 10월에 진행한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와 별도로 이번에 SSG닷컴에만 '원포인트' 인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사 필요성이 컸다는 의미로 읽힌다.
SSG닷컴의 말을 들어보면 이인영 부사장의 대표 발탁은 기존 강희석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이인영 부사장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강희석 대표는 2019년 10월 이마트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수장으로 영입됐는데 1년 뒤인 2020년 10월부터는 SSG닷컴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이사를 겸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시너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회사를 동시에 챙겨야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에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점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대표가 공동수장을 맡게 됨으로써 강 대표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영 현안을 이 대표가 챙길 수 있게 돼 의사결정에 속도가 날 수 있다는 것이 SSG닷컴 관계자의 설명이다.
SSG닷컴은 3일 이 대표의 선임 사실을 알리며 "앞으로 이 신임 대표는 강희석 대표와 함께 업무를 분담해 SSG닷컴 운영을 지금보다 밀착해 관리할 것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공동대표가 서로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기획과 전략에 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반면 이 대표는 G마켓에서 10년 넘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재무 전문가다.
기획과 전략뿐 아니라 재무를 통틀어 바라볼 수 있는 경영 구조를 만드는 것이 SSG닷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했을 수 있다.
단독대표 체제로 SSG닷컴을 운영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공동대표 체제로 변화를 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애초 SSG닷컴은 이마트와 다른 대표이사가 맡던 회사였다. 2019년 3월 SSG닷컴 법인이 설립될 당시 초대 수장은 최우정 전 대표로 이마트 대표와 달랐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2020년 10월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위한 인사라며 두 회사의 수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체제를 2년 이상 지속한 현재 SSG닷컴의 성과는 애초 신세계그룹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이커머스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SSG닷컴은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시장의 경쟁자들과 비교해 지난 2~3년 동안 시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G마켓을 인수해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래액 성장과 실적 등 객관적 지표만 보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했느냐를 놓고는 의문부호가 따라 나온다.
SSG닷컴은 2022년 매출 1조7447억 원, 영업손실 1112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16.8% 늘었지만 적자는 33억 원 늘었다.
물론 적자를 늘려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돌아서면서 분기 손실은 줄고 있다. 하지만 덩달아 이커머스 업계에서 지배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총거래액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지난해 4분기 SSG닷컴의 총거래액은 1조59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나 빠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SSG닷컴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SSG닷컴 경영만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인영 대표는 온라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06년 지마켓에 파이낸실 실장으로 입사한 이후 지마켓 재무부문 부문장을 역임했고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지마켓 지원본부 본부장과 이마트 디지털 신사업TF 관리TF장, SSG닷컴 지원본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17년가량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낸 만큼 강 대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핵심 경영자라는 것이 G마켓과 SSG닷컴 내부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로 이 대표는 '격식을 따지지 않으며 온라인 마인드가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 이인영 SSG닷컴 공동대표.
정 부회장이 SSG닷컴에 가시적 성과를 주문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강 대표는 과거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일하며 정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까지 올랐지만 두 회사의 통합 시너지를 내는 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난해 연말 인사를 앞두고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물론 이런 교체설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 대표가 유임되면서 잠잠해졌다.
실제로 이 대표는 재무 전문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합리적이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꼼꼼하고 숫자에 밝다’ 등 재무 전문가들에게 나오는 공통된 평가도 받지만 독특하게도 사업 마인드가 강하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최고재무책임자들은 마케팅 등 지출이 필요한 때가 오면 '안 된다' '줄여야 한다' 등 의견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관련 부서의 얘기를 들어보고 '써야할 곳이라면 써야 한다’는 의사결정도 자주 내린다는 것이 회사 내부의 평가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 대표는 CFO라기보다는 경영 컨설턴트에 가까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넓은 시각에서 회사 전반을 바라보는 태도가 강점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