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나노 파운드리 애플이 독점, 삼성전자 퀄컴 물량 수주 기회 열리나

▲ 애플이 TSMC의 3나노 반도체 위탁생산을 독점하면서 삼성전자가 다른 고객사들의 주문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쓰이는 웨이퍼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올해 TSMC의 3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을 모두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퀄컴을 비롯한 다른 대형 반도체 고객사의 위탁생산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21일 디지타임스와 WCCF테크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말 상용화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모두 애플 반도체 위탁생산에 할당한다.

3나노 공정이 아직 도입 초기에 불과한 만큼 생산 능력이나 수율 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애플 반도체 물량을 수주한 점을 볼 때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히 파운드리 생산 단가도 기존의 5나노 및 4나노 공정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 사이 3나노 공정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WCCF테크는 “애플이 TSMC의 3나노 공정을 독점하기 위해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 탑재되는 A17바이오닉 프로세서와 맥북 등 컴퓨터에 쓰이는 M3 프로세서로 추정된다.

퀄컴과 미디어텍 등 TSMC의 다른 주요 고객사들은 향후 도입되는 3나노 2세대(N3E)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노리게 될 수밖에 없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이론상 4나노 공정보다 전력효율을 35%까지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늘어나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애플이 TSMC의 3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을 독점한 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퀄컴과 미디어텍이 애플에 맞서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약 반 년 정도 먼저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대형 반도체기업의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퀄컴과 같은 주요 고객사의 파운드리 수주 사례를 확보하는 일은 엔비디아와 AMD 등 다른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의 반도체 위탁생산 실적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TSMC는 이미 3나노 공정으로 다수의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퀄컴과 미디어텍은 물론 인텔도 해당 공정을 활용해 CPU 등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애플이 올해 3나노 반도체 물량을 독점한 만큼 다른 고객사들에 기회가 돌아오는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활용을 검토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WCCF테크는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생산수율이 관건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TSMC는 이미 우수한 수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수율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파운드리업체의 반도체 생산 수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정보인 만큼 WCCF테크의 이런 관측은 뚜렷한 근거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을 4나노 미세공정으로 위탁생산했으나 TSMC에 밀려 스냅드래곤8 2세대 반도체 수주에 실패했다. 올해 말 공개되는 3세대 제품을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