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에 20조 협력 부담 없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자금협력이 상호 윈윈하는 경영판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삼성디스플레이와 모회사 삼성전자의 20조 원 규모 자금협력을 놓고 두 회사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쥐고 있는 현금성 자산 약 25조 원 가운데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빌려 주면서 앞으로 투자재원 마련에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자금 거래는 두 회사 모두에게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이에 자금대차가 삼성전자에게는 반도체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의 편의성을, 삼성디스플레이에게는 경기침체에 대응할 이자소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모회사 삼성전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금확보의 편의성을 확보했다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현금성 114조8천억 원 가량을 들고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 본사가 아닌 글로벌 자회사에 분산돼 있다. 

이처럼 분산된 자금을 모아야 할 경우 환율변동과 세금문제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면서 고려해야 할 요소와 직간접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설투자에 33조 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별도기준으로 본사에서 직접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채 10조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좋을 때는 영업이익만으로 충분히 투자금 충당이 가능하지만 올해 DS(반도체) 부문은 연간 영업손실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공정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 하고 있어 추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중국 규제도 심화하면서 중국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비중을 조절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금은 이래저래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 갚아야할 연간 이자는 9200억 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이자 수입은 결국 연결기준 실적으로 삼성전자에게는 영업외이익으로 잡힐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20조 원 차입으로 별도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0%까지 오를 수는 있지만 별다른 부담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에 20조 원 대여가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TV용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QD-OLED) 생산능력 확충에 힘을 주고 있어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현금성 자산은 25조 원가량인데 이 가운데 20조 원을 삼성전자에 빌려줘서는 자체 투자 재원이 모자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신용평가업체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로 이에 따른 3년 기준 이자율은 4.12%로 파악된다. 

현재 자금시장에서 최우량 신용등급 회사채 발행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LG경영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가을 채권시장 경색 당시에도 AAA 신용등급 기업은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약 3년간 4.6%로 자금을 대여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회사채로 발행해 조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자율 차이가 0.48%, 금액 기준으로 연간 960억 원가량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경기침체를 만나 TV와 IT세트의 수요둔화가 지속되면서 올해 업황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전반적 디스플레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자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모기업을 지원하고 이자소득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탄탄한 신용등급을 갖춘데다가 성장세가 꺾인 LCD의 철수와 같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체질을 개선해 둔 만큼 삼성전자에 대규모 자금을 대여해도 올해 사업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맺은 금전대여계약은 시황과 투자계획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체결한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제는 전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