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이 영국 총리에 오른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를 이어 26년 만에 여성이 영국 총리로 취임하는 것이다.

1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3일 버킹엄 궁으로 여왕을 찾아가 사직하겠다”며 “메이 장관이 새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어먹게 어려운 여자' 메이, 26년만에 영국 여성총리에 올라  
▲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
메이 장관의 취임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앤드리아 리드섬 에너지 차관이 11일 “강력한 총리가 임명되는 게 국익”이라며 경선을 포기하면서 두달 가량 앞당겨 이뤄졌다.

리드섬 차관은 영국 일간 더타임즈와 회견에서 엄마이기 때문에 차기 총리로 더 적합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비난 받았다.

메이 장관은 결혼했지만 자녀는 없다. 리드섬 차관은 즉각 사과했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사퇴했다.

메이 장관이 총리에 오르게 되면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총리로 집권하게 된다. 마거릿 대처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사상 최장기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 뒤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41세에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 보수당 사상 최초의 여성 당의장으로 지명된 뒤 “보수당은 고약한 정당”이라며 당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5년이 넘게 내무장관을 맡아왔다.

메이 장관은 총리 차기 주자로 늘 꼽혔지만 대중적 인기는 누리지 못했다. 정치권은 브렉시트라는 비상 상황이었기 때문에 메이 장관에게 기회가 왔다고 평가한다.

메이 장관은 하원의원들 사이에 가장 완고하면서도 가장 기민한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보수당 인사 케네스 클라크는 “빌어먹게 어려운 여자”라고 메이 장관을 표현했다. 클라크가 티비 인터뷰 뒤 여전히 녹화되고 있는 것을 모른 채 말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메이 장관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메이 장관은 “영국 정치권에 빌어먹게 어려운 여자가 더 많아야 한다”며 클라크의 평가에 응수했다.

메이 장관은 “내가 어려운 여자라는 것을 다음으로 깨닫게 될 사람은 장 클로드 융커”라고도 말했다. 융커는 유럽연합 위원장이다. 자신이 유렵연합과의 협상에서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임을 장담한 것이다.

메이 장관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했으나 11일 총리 확정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재투표 가능성을 일축시켰다. 그는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고 못박으며 “우리는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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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
메이 장관은 2016년 안에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는 것은 반대한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유럽연합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2년 안에 나머지 회원국과 탈퇴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끝내야 한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미루면 브렉시트도 실질적으로 지연되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메이 장관이 경제분야에서 자유보다 사회질서를 우선하는 공약을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 장관은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비전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통제를 줄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더 나은 영국을 세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메이 장관은 13일 오후 취임하고 다음날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