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3 호평에도 DS부문은 쓴 웃음, 경계현 AP 절치부심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에게 앞으로 출시할 모바일프로세서의 성공을 통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위상 제고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의 판매 흥행 조짐에 고무된 분위기이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심정은 다소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프로세서(AP)가 아닌 경쟁사 제품이 전부 탑재돼 있는 만큼 DS부문으로서는 체면이 다소 구겨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앞으로 출시할 모바일프로세서의 성공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의 위상 제고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작 갤럭시S23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판매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3사는 7일부터 오는 13일까지 갤럭시S23 시리즈의 사전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0시부터 오전 1시40분까지 삼성닷컴 라이브방송을 진행한 결과 준비된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삼성전자 측은 사전 판매된 물량이 전작인 갤럭시S22의 두 배가 넘으며 라이브방송 판매 최다 기록을 보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력 시장인 인도에서도 갤럭시S23은 초반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카날리스 조사 2022년 기준 19%)로 중국업체들과 근소한 차이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라주 풀란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인도지사장은 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갤럭시S23 시리즈 공개 뒤 24시간 동안 약 140억 루피(약 2130억8천만 원)에 해당하는 14만 대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갤럭시S23의 초반 인기의 주요 요인으로는 달의 분화구까지 선명히 찍히는 카메라 성능과 더불어 대폭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이 꼽힌다. 실제 해외 IT매체, 인플루언서, 소비자들 상당수는 하드웨어 성능 측면에서 갤럭시S23 시리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데는 모바일프로세서로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한 게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시리즈를 준비하며 자체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를 배제하고 모두 스냅드래곤만 채용하는 강수를 뒀는데 이런 결정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으로서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프로세서에 자사 제품이 배제된 탓에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모바일프로세서 성능 측면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뼈아픈 지점이다.

전작 갤럭시S22 시리즈는 일부 무거운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따른 발열을 완화하기 위해 성능을 낮추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를 적용한 탓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는 근본적으로 모바일프로세서의 낮은 성능 때문이었는데 갤럭시S23에서는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이런 부분을 완벽히 개선했다.

미국 IT전문매체 ZD넷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모두 강화돼 더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한 칩셋”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갤럭시S23에 삼성전자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2300’이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됐음에도 결국 배제된 것은 성능에서 스냅드래곤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갤럭시S23에 들어간 스냅드래곤을 향한 좋은 평가는 모바일프로세서의 설계 능력에서 삼성전자가 퀄컴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고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반도체 설계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 역량을 끌어올려 메모리 분야에서처럼 선두 기업의 위상을 쟁취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을 이루는 길이 매우 험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퀄컴이 갤럭시S23에 적용된 모바일프로세서를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에 맡겨 생산한 만큼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다른 한 축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쪽에서도 경쟁사에 밀린 모양새가 됐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 분야에서 경쟁사인 퀄컴은 고객사이기도 하다. 퀄컴은 과거 스냅드래곤 제조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이 활용된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고 발열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에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플러스)부터 제조사를 삼성전자에서 TSMC로 바꿨는데 성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 수율도 개선됐다.

반도체 명가인 삼성전자 DS부문으로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제조 양쪽에서 경쟁사에 밀린 굴욕을 맛본 셈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출시될 엑시노스2400의 성공은 경계현 사장에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선두를 꿈꾸는 DS부문에게 자체 개발 모바일프로세서는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자체 모바일프로세서가 없으면 퀄컴 등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만큼 가격 협상력이나 원가 경쟁력을 고려하면 모바일 사업을 하는 MX부문에도 자체 모바일프로세서는 중요하다.

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엑시노스2400은 이르면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즈차이나는 “삼성전자가 올해 11월부터 엑시노스2400을 양산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며 “2024년 갤럭시S24에 적용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만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엑시노스2400이 갤럭시S24 등 차기 주력제품이 아닌 중국기업들의 중저가 제품군에 적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샘모바일은 “엑시노스2400이 개발 중에 있다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이를 꼭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에 사용할 것이라 믿을 이유는 없다”며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용으로는 퀄컴과 독점적 협력관계를 이어가면서 엑시노스2400은 샤오미와 비보, 렐름 등 중국 고객사들에게 공급하는 목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범용 모바일프로세서인 엑시노스와 별도로 갤럭시용 전용칩 개발을 추진하며 자체 개발 모바일프로세서를 이원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갤럭시 전용칩은 2025년 초 출시될 갤럭시S25 시리즈 적용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삼성전자의 갤럭시 전용칩에 관한 구체적 세부 정보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다만 갤럭시 전용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3세대 3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 제작하게 될 자체 모바일프로세서의 수율과 성능을 보강할 필요도 있다. 경 사장으로서는 TSMC에 빼앗긴 퀄컴 물량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도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1일 임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파운드리에서 TSMC의 성능과 수율을 따라가 보자”며 “2024년 3나노(2세대)를 해야 하는데 TSMC와 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