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올해 EUV 장비 공급부족 지속 전망, 삼성전자 TSMC 투자에 변수

▲ 네덜란드 ASML의 올해 EUV 반도체장비 출하량이 2022년과 비교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하는 반도체 공정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미세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EUV(극자외선) 장비 출하량을 늘리는 데 제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기업이 EUV 장비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이면서 앞으로 시설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ASML은 현지시각으로 25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2022년 4분기 실적과 올해 연간 사업전망 등을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자체 예상치를 충족하는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EUV 장비 수주잔고는 지난해 4분기에만 34억 유로(약 4조5722억 원)을 기록했다. 1대당 가격이 2억 유로 안팎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꾸준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ASML은 2022년 전체 EUV 장비 출하량이 54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에 42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2023년 연간 출하량 목표치는 60대로 작년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증가폭을 보이는 데 그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제시했다.

ASML은 이를 두고 “고객사들과 논의한 내용 및 현재 공급망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전망치”라며 “EUV 장비 매출이 2022년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UV 장비는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대형 반도체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둔 제품이다. 주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미세공정 기술 구현을 위해 사용된다.

세계 파운드리업체들이 최근 시설 투자 경쟁에 속도를 내면서 EUV 장비 수요도 급증해 ASML의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 EUV 장비 출하량이 대형 반도체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EUV 장비 출하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은 고객사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SML은 올해 출하량 증가율 축소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공급망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힌 점을 볼 때 여전히 생산 차질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차질 사태가 본격화된 뒤 ASML이 EUV 장비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렌즈 등 핵심 부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파운드리업체의 EUV 장비 수요는 올해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최근 미국과 대만 공장에 모두 1천 억 달러 가까운 금액을 들이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제시했고 인텔도 파운드리 분야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국내의 화성캠퍼스 및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 꾸준히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에도 본격적으로 EUV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장비 공급이 주요 반도체기업의 물량 확보 경쟁에 따른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지며 올해 반도체시장에 변수로 작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주요 고객사가 올해 반도체업황을 고려해 시설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며 “다만 ASML의 장비 수요는 강력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