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 차종의 신차를 앞세워 톱4 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2022년 역대 최대 점유율을 올리며 2년 연속으로 톱5를 달성했는데 바로 앞자리에 있는 스텔란티스와 차이를 무서운 속도로 좁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미국서 스텔란티스 맹추격, 정의선 인기모델 신차로 톱4 겨냥

▲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2022년 역대 최대 점유율로 2년 연속 미국 톱5를 달성했다. 올해는 미국시장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의 신차를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3 최고의 고객가치상' 차종별 총 12개 부문 가운데 7개 부문에 선정됐다. 이는 미국에서 차를 판매하는 브랜드 가운데 최다 수상 기록에 해당한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자동차 전문매체들이 분석한 주행성능, 승차감, 안전성, 내장, 기술 및 편의사양, 연결성, 연비, 적재공간 등의 요소를 고려해 각 차량의 품질과 상품성을 평가하고 수리비, 연료비 등 5년 동안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과 현재 중고차 가격 등 경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결과를 낸다.

현대차는 부문별로 △아반떼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승용, 현지명 엘란트라) △싼타페(중형 SUV) △팰리세이드(대형 SUV) △코나(소형 SUV)가, 기아는 △K5(중형 승용) △리오(소형 승용) △스포티지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SUV)가 쟁쟁한 경쟁 모델들을 제치고 각 부문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1948년에 시작된 각 분야별 순위 조사 전문 매체로 분야별 순위가 미국 내 판매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현대차와 기아가 모두 7개 부문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된 것은 현대차그룹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반증한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이와 같은 호평을 실제 판매 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미국 신차 판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미국 시장에서 147만875대의 신차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2년 연속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량 5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6%로 2021년(9.9%)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진출한지 35년 만에 달성한 것으로 일본 토요타가 두 자릿수 점유율을 채우는 데 걸린 45년의 시간을 10년 앞당겨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신차 판매량에서 4위 스텔란티스를 바짝 추격했다. 점유율 격차는 2021년 0.5%포인트에서 지난해 0.2%포인트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판매량 격차도 29만5천여 대에서 약 7만1천 대가량으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오히려 현대차그룹이 스텔란티스보다 미국에서 신차를 4만655대 더 판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그룹과 스텔란티스의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 차이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모델들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과 같이 국내에 먼저 내놓은 뒤 주요 해외시장인 미국에서도 잇달아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단단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모델들의 신차를 앞세워 미국 첫 톱4 진입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U.S.뉴스&월드리포트 2023 최고의 고객가치상에 선정된 브랜드 4개 차종 가운데 3개 차종의 신차 모델을 올해 내놓는다.

현대차는 1월 중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차체를 키운 코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국내에 출시한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지난해 12월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코나의 디자인을 미국에서 공개했다.

특히 일자형 헤드램프가 적용된 신형 코나는 앞서 이를 적용한 스타리아와 그랜저가 미국에서 출시되지 않아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SUV 코나는 대형SUV와 픽업트럭의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6만3994대가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아반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출시한다. 미국에서 엘란트라 차명으로 팔리는 아반떼는 지난해 11만7177대가 판매돼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3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다.

하반기에는 중형SUV 싼타페의 풀체인지 모델도 내놓는다. 싼타페는 2022년 미국에서 11만9589대가 판매돼 투싼에 이어 브랜드 판매 2위를 기록한 미국시장의 대표 볼륨 모델이다. 

신형 싼타페는 지금까지의 곡선 형태 디자인에서 각진 외관에 H형 주간주행등을 달아 모습을 확 바꾸고 차체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대형SUV 전기차 EV9을 새로 내놓는다. EV9은 고성능 라인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가운데 최대 주행거리와 가속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EV9은 제로백(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 5초 대에 1회 충전으로 540km의 스펙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고성능 라인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가운데 최고 성능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아이오닉6의 최대 주행거리는 524km, 제로백은 5.1초다.

기아는 2021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2021 LA오토쇼'에서 EV9의 콘셉트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미국에서 SUV와 픽업트럭을 뜻하는 라이트 트럭 비중이 70%를 넘나든다. 그런 만큼 기아는 EV9을 앞세워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미국 대형 전기SUV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기아는 2022년 미국에서 5만 대 넘게 팔린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새로 내놓는다. 쏘렌토는 풀체인지급으로 모습을 바꾸고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과 함께 형제기업 사이에 판매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0월 취임한 정 회장은 2년여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2012년부터 10년 동안 글로벌 판매순위 5위권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은 2020년 4위에 오른 뒤 지난해 첫 글로벌 판매 3위 자리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조시기관의 각 글로벌 완성차업체 판매량 비교분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의 톱3 진입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세계적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 선정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경영 전면에 있을 때인 2011년 모터트렌드 파워리스트에 2위로 이름을 올린 뒤 11년 만에 올해의 인물에 오른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베스트셀링 모델 신차를 앞세워 첫 미국 톱4 진입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위상이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