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콘퍼런스콜에서 제시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두고 증권사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글로벌 반도체업황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하며 올해 시설 투자에 들이는 비용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과 AMD,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 기반이 탄탄해 TSMC가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이퉁증권은 TSMC가 내놓은 올해 실적 예상치를 두고 “상반기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되며 하반기 전망은 이보다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TSMC는 12일 투자자 콘퍼런스를 통해 고객사들의 반도체 수요가 3개월 전 예측했던 것과 비교해 더 위축되고 있다며 1분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데이터서버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반등하면서 연간 실적은 2022년보다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이퉁증권은 “하반기부터 애플과 AMD, 엔비디아 등 고객사가 TSMC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가 보유하고 있는 탄탄한 고객사 기반이 실적 회복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 주요 증권사들은 TSMC의 올해 실적을 두고 대체로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UBS는 모두 최근 보고서에서 TSMC의 2023년 매출이 2022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IT기기 수요 약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UBS는 “전 세계 반도체업황이 재고 조정 기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TSMC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 반등을 예측할 만한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TSMC가 삼성전자 및 인텔과 파운드리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앞두고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TSMC가 올해 반도체 시설투자에 들이는 비용을 2022년 대비 약 10%까지 축소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점도 업황 전망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다만 블룸버그는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활용되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성장세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며 TSMC의 실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고객사가 데이터서버와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 힘을 실으면서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TSMC의 라이벌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규모 측면에서 TSMC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고객사들이 TSMC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첨단 미세공정을 사용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환경에서 대부분의 수혜는 결국 TSMC에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물론 TSMC도 언젠가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파운드리사업의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이런 시점은 다가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