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출시를 준비 중인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의 본격 생산이 예상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메모리 수요를 앞당길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 보급이 늦어짐에 따라 이와 연동된 메모리반도체 추가 수요도 미뤄지게 돼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겨울이 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사파이어 래피즈(오른쪽)의 출시 지연에 따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서버용 D램(왼쪽)과 SSD를 준비해 다가올 서버용 반도체 교체시기에 대비하고 있다.
3일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인텔은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는 올해 1월에 시작하지만 본격적 생산확대는 올해 5월에 가서야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차세대 제품 DDR5 D램을 처음으로 지원해 차세대 D램 시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제품으로 꼽힌다.
더구나 인텔은 서버용 CPU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사파이어 래피즈가 출시되면 데이터센터의 CPU 교체와 함께 DDR5 D램과 서버용 낸드플래시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IT용 제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단단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서버용 D램 수요가 처음으로 모바일용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옴디아는 2022년 서버용 D램 수요가 684억8600만 기가비트(GB)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용 D램의 수요 662억7200만 기가비트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서버용 D램 수요는 2026년까지 연평균 24%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텔의 서버용 CPU는 애초 지난해 2분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출시가 늦춰지면서 메모리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마트폰 사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인텔의 새 CPU 보급이 지연되는 데 따른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DDR5 D램의 개발을 마치고 납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12월에는 현존하는 서버용 DDR5 D램 가운데 최고속도인 초당 8기가바이트(8Gbps) 이상의 속도를 구현하는 ‘DDR5 MCR DIMM’의 샘플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차세대 CPU 출시에 임박해 고부가가치를 지닌 서버용 D램 판매를 빠르게 늘려 활로를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도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을 통해 올해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 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다수 나왔으나 서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메모리 반도체 혹한기를 탈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스토리지 필드데이’에서 차세대 서버용 SSD 로드맵을 공유한 바 있다.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4세대 192단 쿼드레벨셀(QLC) 3D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를 선보이기로 계획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QLC 3D 낸드플래시는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속도를 비롯한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현장검증을 진행해 서버용 CPU와 D램 및 SSD를 교체하는 시기를 올해 3~4분기로 바라보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선두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혹한기를 넘기 위해 기술력 쌓기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기술적 역량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서버용 반도체 교체시기에 과실을 효과적으로 따내는지 결정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