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학이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대학유지의 기본조건인 학생모집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 20년 뒤 대학 입학 가능인구는 입학 정원보다 15만~30만 명이나 부족하다. 대학에 입학하는 18세 인구는 2021년 47만9천 명에서 2042년 23만4천 명으로 51% 감소한다.
 
[컨설팅리포트] 대학이 헤드헌팅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

▲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


71.5%인 현재의 대학 진학률을 토대로 대학 입학 가능 인구를 추산하면 현재 대입 정원 47만4천 명에 비해 31만 명이 모자란다.

우리나라 대학의 85%가 사립대이고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56%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정말 걱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입학정원을 약 1만6천 명 감축하는 계획을 세우는 한편, 2024학년도부터는 총 입학정원 안에서 자율적으로 학과나 학부를 신설하고 통폐합 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이런 노력 만으로 대학들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에 더해 인구증가와 한국 특유의 교육열이라는 우호적 시장환경 덕분에 성장일로를 걸어 왔다. 그런데 이런 우호적 환경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빠르게 줄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벌써부터 경쟁에 밀려 도태되는 대학도 등장하고 있다.

생존의 위협을 실감하고 있는 대학들은 저마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정부에 지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외국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학과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기금의 확충과 효율적 운용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고 학교기업 키우기나 부동산 개발에도 뛰어들기도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총장이자 경영자였던 존 헤네시는 교육 개혁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돈을 꼽았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10억 달러를 모금하겠다고 발표한 뒤 1년 만에 4억5천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는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기업식 경영방식을 적극 도입해 스탠포드를 최고의 대학으로 키워냈다. 

중국의 경우 대학이 적극적으로 기술 사업화에 나서면서 대학기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 대학교와 칭화 대학교의 대학기업 매출은 각각 연 14조원과 8조 4천억 원으로 서울대의 1천 배를 웃돈다. 중국은 대학의 위기를 과감한 구조조정과 대학기업 창업으로 돌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기금확대 노력이 진행돼 왔는데 성과도 적지 않았다. 1992년 취임한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재임 기간 중 1500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해 'CEO형 총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도 2003년 취임해 4년 동안 4천억 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끌어 모아 주목을 받았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시장을 이해하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다. 기존의 시각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학기금을 확충하면서 조직과 사업을 재정비하려면 '대학도 하나의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경영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포진해야 한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헤드헌팅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총장부터 주요 간부까지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가들로 교체하고 싶어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커리어케어만 해도 몇 년 전부터 인재를 영입하면서 커리어케어의 단골고객이 된 대학들이 여럿 있다. 일부 대학들은 최근 들어 헤드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도 '교수라는 전문가 집단이 포진해 있는 대학에서 왜 인재영입이 필요하느냐'고 생각한다면 고루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학에 교수가 많지만 그 교수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작금의 문제는 대학 스스로 해결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에서 경험이 많은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