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도 앓았다는 '기후 우울증', 국내에서도 호소 늘어

▲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두 달 사이에 몸무게 10kg이 빠지는 등 심한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10월 '기후 책'(The Climate Book) 발간 행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툰베리.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기후불안’을, 나아가 '기후우울증'을 낳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현지시각 23일 ‘기후변화로 불안한 당신에게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처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16~25세 사이 1만 명의 청년 중 84%가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특히 60%는 극도로 걱정하고 있다"는 미국 심리학협회의 2021년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이어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문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무력하고, 지치고, 두렵고, 화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증상은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이나 생태슬픔(Climate Grief)’이라 불린다. 말 그대로 기후변화로 개인이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나 불안 등 스트레스를 일컫는 말이다. 

기후불안으로 인해 우울을 겪은 대표적인 인물은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9)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두 달 사이에 몸무게 10kg이 빠지는 등 심한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후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기후와 건강은 의학적 연관성을 띄고 있다. 

의학정보사이트 업투데이트(Uptodate)에 11월 게재된 ‘직업 및 환경 보건 개요(Overview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와중에 기후변화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력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는) 부상, 온열 질환 및 사망, 호흡기 악화를 포함한 건강 위험, 심혈관 질환, 감염 질환,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했다.

국내에서도 기후불안, 기후우울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6월 완결된 네이버 웹툰 ‘기후위기인간’의 구희 작가는 작품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나 슬픔을 직접적으로 다뤘다.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것을 관찰하며 이른 봄을 걱정하거나, 끼니 때마다 수북하게 나오는 쓰레기에 질려 주말농장에 도전하는 등 자신만의 기후불안과 대처법을 소개한 해당 웹툰은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환경운동에 적극적인 사람들 중엔 기후불안이 우울을 야기해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국내 한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로 소개한 직장인 A씨는 “빙하가 녹아서 수영을 하다 죽는 새끼 북극곰들의 개체가 크게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며 북극에 사는 동물들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다”며 “우울한 감정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해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흔한 현상은 아니지만 우울, 불안이 있는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상들 중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염려, 걱정이 과도하게 이어지는 경우는 진료실에서도 종종 관찰된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과도한 석유 및 석탄의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이상 기후 변화로 나타나는 재난의 징후의 영향을 받는 우울이나 불안의 빈도는 이전에 비하여 높아지고 있다”며 “한 번 무너져버린 생태계의 문제들은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선)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통제권 상실에 대한 무기력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지구적 기후문제를 당장 해결할 해법은 없어도 개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심리 문제에 관한 해법은 있다.

버즈피드는 "지원군을 만들거나, 기후심리상담사를 만나 상담을 받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분을 환기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활동은 기후불안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감소시키고 안정감과 유대감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버즈피드는 소개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