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KT&G는 국내 대표 담배기업으로 주식시장에서는 5%대 높은 배당을 주는 배당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은 성장주를 원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고령층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이기도 하다.
주력인 담배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에 국내 점유율 확대로 깜짝 실적을 내기도 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
KT&G는 수년 전부터 중동과 동남아시아, 구소련 국가들을 상대로 담배를 수출해 국내 매출 감소를 메꿔가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은 몇몇 나라에서 KT&G의 슬림형 담배 에쎄가 고급 제품으로 인식돼 견고한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알려졌다. KT&G는 에쎄를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동 등 7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해외 누적 판매량은 3300억 개비에 이른다.
앞으로는 담배 연기없는 미래 담배시장에 올라타 국내 시장을 지키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과 얼마전까지 KT&G의 목을 조여오던 숙적 필립모리스와도 손을 잡았다.
말보로로 유명한 세계 최대 담배기업 필립모리스는 담배연기 없는 스모크 프리 시대를 연다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회사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3조 원을 스모크 프리 담배 개발에 사용했으며 이 때문에 잘나가고 있었던 연초담배의 개발과 마케팅을 뒷전으로 하고 있을 정도다. 필립모리스는 현재 연초담배 시장에서 신제품을 내기보다는 기존 말보로 제품을 리뉴얼하는 식으로 지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성과가 없지는 않아서 2015년 3조4천억 원을 들여 만든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를 출시해 전자담배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자담배는 불을 붙이지 않고 증기를 이용해 담배증기를 흡입하는 담배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증기에는 타르 등 유해물질 검출량이 연초담배 연기보다 대폭 줄어든다고 한다.
액상을 가열해 증기를 마시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있지만 목에 가해지는 담배 특유의 쾌감이 부족하다고 하며 일부 제품은 목 건강문제를 유발하거나 마약류에 활용되기도 해 보건당국과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앞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담배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쟁자들과도 기꺼이 협력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한국의 KT&G다.
KT&G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했다.
KT&G 릴은 필립모리스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세계 31개국에 수출되고 있는데 이는 전자담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다. 또 세계에는 미국산 제품을 꺼리는 곳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코스의 대체 제품으로서도 KT&G의 릴이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0 1조7천억 원 수준이었던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2025년 2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로는 5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바라봤다.
앞으로도 담배는 그 형태를 달리해가며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제로 역할을 해갈 것으로 보인다.
담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KT&G는 사회적 비판에 자주 노출돼 높은 수익성에도 사업영역 확대하기 쉽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회사의 목표가 사업의 영속이었다고 전해진다.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통해 영속을 넘어 성장하는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