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내년 ‘플랜B’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완방안 마련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대미 협상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내년 전기차 판매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RA’ 보완 하세월,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전략 '플랜B' 불가피

▲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 차원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차별적 요소 해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차별적 요소에 대한 보완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가 올해 말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세부 규정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에 차별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친환경차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 변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북미 최종 조립 요건에 반발하고 있어 이 규정 적용이 유예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각)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이해의 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일주일이나 한 달 사이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완방안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뜻을 내보였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즈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같은 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제7차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가지는 등 정부는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건설적 논의를 이어간다는 원론적 반응을 내놓고 있어 정부 사이 협상이 결실을 맺기 전에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당장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에 놓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의 여파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미국판매법인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 미국에서 전용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를 1193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8월 1516대 팔렸으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 이후 반짝 반등했던 10월을 제외하면 판매가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 전용전기차 EV6는 11월 641대 팔리면서 판매량이 1천 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8월 1840대에서 9월 1440대, 10월 1186대 등 지속해서 판매랑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순위도 하락했다.

CNBC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모두 5만3663대 팔아 3위로 내려 앉았다. 포드는 같은 기간 5만3752대 전기차를 팔아 현대차그룹을 소폭 앞서고 있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어 2위였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된 이후 포드에게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더구나 세부 규정에서 친환경차 북미 조립 요건에 별다른 보완 없이 IRA가 내년에 그대로 시행된다면 자동차 브랜드별로 친환경차 세제혜택 물량 제한까지 풀리면서 오히려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친환경차 보조금(세제혜택)을 업체별로 연간 20만 대까지만 지원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일정에 따라 이 제한이 해제된다. 테슬라는 올해 연간 보조금 제한 물량을 넘어서 있었다.

테슬라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33만3900대 전기차를 팔았다. 이는 2021년 연간 판매량 30만1998대를 넘어선 수준이다.

20만 대 이후에 판매되는 물량에는 세제혜택을 제공받지 못하는데도 미국 소비자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이 제한도 풀리는 만큼 테슬라로 고객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체적 대안, 즉 플랜B 시행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현지 판매 딜러회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장려금) 강화 등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브랜드 위상이 최근 크게 높아지면서 현대차그룹이 현지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 중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이 인센티브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 수준만큼 제공하면 현지 전기차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라인을 서둘러 구축하는 방안도 중단기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이달부터 제네시스 전기차 GV70 전동화모델을 생산하기로 했다. 기아도 기존 조지아공장에서 전기차 혼류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2025년 완공하기 전까지 기존 현지 기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 보조금 혜택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연간 보조금 지급 제한이 풀리면 테슬라의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구나 글로벌 브랜드들이 전기차 신차도 확대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