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다시 한 번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룹 내 위상을 높인다면 KB금융지주의 후계구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대표 여성CEO KB증권 박정림, 연말인사에서 유리천장 또 깰까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겸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자본시장부문 및 CIB부문)이 연말 인사에서 다시 한번 유리천장을 깰 지 주목된다. 


다만 몇 년 전부터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징계 논란이 박 사장 연말 인사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는 연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 인사를 위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해 내년 1월 출범하는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에 이환주 KB생명 대표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순서로 계열사 대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대표 인사를 먼저 낸 뒤 임기를 마치는 계열사 대표 8명 인사를 한꺼번에 확정했다.

당시 KB금융은 KB국민은행을 제외한 8명 대표 인사와 관련해 11월24일 후보자 확정을 위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12월16일 회의에서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결정했다.

올해 말 KB금융에서는 지난주 새 대표를 결정한 생명보험사를 빼고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KB데이터시스템 등 8개 계열사 9명 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이 가운데 최대 관전포인트로 단연 박정림 사장의 거취가 꼽힌다.

박 사장은 2019년 1월 KB증권 대표 임기를 시작해 2020년과 2021년 말 연임에 성공해 이번 연말 임기가 끝난다.

박 사장은 여성 인재의 고위직 등용이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국내 금융업계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상징 같은 인물로 평가돼 왔다.

박 사장은 2014년 KB국민은행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부행장에 올랐고 2018년 말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CEO로 발탁됐다.

11월 초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2년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우먼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박 사장의 연임과 별개로 역할 확대 가능성도 점치는 시선이 나온다.

박 사장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 역할이 확대된다면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4개 비즈니스그룹 체제로 재편한 KB금융의 자본시장부문과 기업투자금융(CIB)부문 총괄부문장에 오르며 이미 세 명의 부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연말 인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LG그룹 계열사 첫 여성 CEO 탄생, 수협은행 첫 여성행장 선임 등 올해도 어김없이 여성 인사가 약진하고 있다.

박 사장이 KB금융 부회장에 오른다면 국내 금융지주 첫 여성 부회장이 된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국내 리딩금융으로서 사회 전반의 여성 CEO 약진 흐름을 이끄는 이미지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박 사장이 부회장에 오른다면 KB금융의 후계구도 역시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에서는 만 70세 제한 규정 등에 따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KB금융에는 현재 양종희, 허인, 이동철 등 3명의 부회장이 있는데 박 사장은 현재 부회장단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은 여성 경영인이라는 차별성과 함께 정통 은행원 출신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세 명의 부회장과 달리 비은행사업 확대의 상징성도 지닐 수 있다.

박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현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후 국회의원 비서관,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삼성화재 부장 등을 거쳐 2004년에서야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다만 박 사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펀드 판매 관련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점은 여전히 인사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20년 11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논란을 빚은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안을 내렸는데 박 사장은 당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된다면 박 사장은 일정 기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시민단체에서는 금융위가 최근 라임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제재를 확정한 것을 계기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한 증권사 CEO를 향한 제재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의 징계 확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증권사 대표들을 향한 징계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라임펀드 관련 징계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박 사장의 연임으로 신뢰를 보냈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사안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금융권 전반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증권업황 부진으로 KB증권 실적이 후퇴했다는 점도 박 사장의 인사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순이익(지배기업지분 기준) 3037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다만 박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2년 연속 KB증권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통상 계열사 대표 인사 결과는 12월 중순 이후 나왔는데 올해도 특이사항이 없다면 12월 중순 이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