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들에게 지정학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 호텔에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기술 및 사업 전략에 대한 투자자 이해 증진’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싱가포르에서 기업설명회를 열어 지정학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두 번째 반도체 공급원을 찾고 있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업기획실장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2027년까지 파운드리 생산량을 2022년보다 3.3배 확대해 대만 TSMC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또 심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TSMC보다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부사장은 “요즘 고객들을 만나면 그들은 현재 지정학적 위험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새로운 반도체 공급원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두 번째 반도체 공급처를 원하는 고객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TSMC는 세계 1등 파운드리 기업으로 애플, 엔디비아 등 팹리스(반도체설계기업)에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생산시설을 대만에 두고 있는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서 경영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대치가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생산량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퀄컴 등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등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모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혜택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TSMC와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30일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해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했다.
GAA 기술은 채널의 3개 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GAA를 가장 먼저 상용화해 TSMC나 인텔 등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우위를 선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심 부사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4~5나노 기술에서는 TSMC에 조금 뒤처졌지만 더 발전된 노드로 따라잡을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