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11-09 16: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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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SG랜더스는 올해 KBO리그 개인상 14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팬 여러분들이 이번 시즌 홈관중 동원 1위를 달성했다. 정말로 감사하다."
올해로 창단 2년째를 맞은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해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소감을 밝히며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1년 동안 팬들이 보여준 단단한 지지였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행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KBO리그 중계화면 갈무리 >
SSG랜더스의 2022년도 KBO리그 정규시즌 총 관중수는 98만1546명이다. 신세계그룹 인수 이전의 역사를 포함해 SSG랜더스가 홈 관중수 1위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9일 재계에서는 SSG랜더스가 프로야구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자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먼저 그동안 정 부회장이 보여준 야구를 향한 관심이 SSG랜더스가 인기 구단으로 거듭나게 한 원천이라는 데는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재계 오너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부회장만큼 야구단과 관련해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선수 및 팬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들이 SSG랜더스와 일체감을 느끼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프로스포츠 사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 1·2군 구장을 직접 방문한 뒤 ‘좋은 시설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45억 원을 들여 시설 개선을 지시했다. 이는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구단을 향한 선수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2021년 창단과 함께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를 깜짝 영입했던 SSG랜더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출신의 투수 김광현과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액수로 계약(4년 151억 원)을 체결했다. SK와이번스 시절부터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워준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6월에는 SSG랜더스 선수들에게 신세계그룹 사원증과 명함을 제작해 나눠주면서 “신세계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구팬들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야구장 현장을 찾아가 팬들과 만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소통했다.
올해 열린 72번의 홈경기 가운데 정 부회장은 40차례 이상 야구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장내 전광판에 모습이 잡히기라도 하면 특유의 제스처로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곤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는 더욱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정 부회장은 키움히어로즈 야구단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는데 지난해 음성채팅 서비스 클럽하우스를 통해 연 팬미팅에서 인수 거절 당시 느꼈던 분한 심정을 팬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야구팬이 '형, 포수 좀 어떻게 해줘'라고 글을 남기자 '기다려보세요'라는 답글을 했다. 고액이 예상되는 자유계약(FA) 선수 영입으로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해달라는 팬의 요청에 정 부회장이 반응하자 아구계가 술렁거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프로야구 구단주로서의 역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야구광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을 인수할 당시 KBO리그의 침체, 막대한 구단 운영비용,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 마케팅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은 결과적으로 기우가 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브랜드의 구장 입점, 협업 이벤트 등이 SSG랜더스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 대중에게 'SSG'라는 브랜드가 깊이 각인되면서 의구심은 점점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결국 SSG랜더스는 신세계그룹 마케팅의 첨병이 되면서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행사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정 부회장은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정 부회장의 야구사랑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행사에서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사진을 올리며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