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화학노조 산하 푸르밀 노동조합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푸르밀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이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회사의 일방적 정리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푸르밀은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푸르밀 노조는 26일 오후 1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임실과 대구 지역의 공장 노동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손에는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공개 매각을 진행하고 사업종료와 정리해고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며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 반복된 회피가 파장을 키운다”고 요구했다.
그는 “(회사의 해고통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살고 싶을 뿐이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은 본능적인 표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도 성명서를 통해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과 재매각 등을 비롯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라”며 회사를 압박했다.
결의대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있는 회사 관계자들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는 푸르밀이 폐업이 아닌 사업종료를 선언한 것을 의심하고 있다. 정상적 과정이라면 폐업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법인을 남겨놓는 사업종료를 선택한 배경에 숨은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장 등 오너일가가 푸르밀의 남은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고 노조는 본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유업을 모태로 한다. 2007년 4월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2009년 회사 이름을 푸르밀로 바꿨다.
푸르밀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본인을 포함해 전문경영인 1명을 놓고 2명의 공동대표체제로 2017년까지 운영됐다.
푸르밀은 이 때까지 흑자를 냈다. 하지만 2018년 신준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환 사장을 새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오너경영체제로 돌아선 뒤 2021년까지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신 사장은 이런 경영상황을 명분으로 들며 17일 임직원들에게 “4년 이상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 적자가 누적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메일을 보냈다.
푸르밀의 갑작스런 사업종료 통보로 납품처를 잃은 협력 낙농가들은 노조의 결의대회가 있기 하루 전인 25일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하기도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