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산업은행 회장 강석훈, 첫 국감서 본점 부산이전 문제로 진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왼쪽)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저의 역할은 공공기관장으로서 국회를 설득하고 정부가 주워 준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으로부터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이렇게 답변했다.

강 회장은 10년 전인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국감장에서 여당과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강 회장은 부산이전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을 받자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며 공을 돌리고 문제될 소지가 있는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강 회장이 부산이전을 아무런 청사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이 KDB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을 국회에서 개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산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이 부산이전을 법 개정 없이 추진하는 것은 위법한 행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이 될 수 없다”며 “국회를 상대로 왜 지방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지, 왜 부산인지, 영업상 손실은 없는지, 정책금융에 지장은 없는지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강 회장이 구체적 청사진도 없는 상태에서 부산이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에서조차 동남권 발전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세워놓지 않았는데 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강 회장의 주장처럼 동남권 발전이 이뤄지겠냐는 지적이었다.

박재호 국민의힘 의원은 “더 이상 부산시민에 희망고문 주지 말고 국가가 어떤 차원에서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국회에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정부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계획을 파기했는데 산업은행만 이전이 되면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거냐”며 “부울경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은행 이전하면 부울경이 발전하냐”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이와 같은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국가정책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만 부산에 간다고 부울경 지역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산업은행 이전계획과 더불어 동남권 개발계획이 지역 차원, 부산시 차원,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강 회장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결국 정부가 방향을 잡은 데 따라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 회장은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26일 부산을 찾아 KDB산업은행 해양산업금융실이 입주해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를 방문한다. 부산국제금융센터 일대는 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곳이다.

KDB산업은행에서는 부행장들이 교대로 부산에서 근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한국산업은행법이 개정되기 이전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전 작업을 진척시키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월29일 수석부행장을 중심으로 이전준비단을 출범시켰고 이전 작업 준비를 시작했다.

강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산업은행 직원) 500명을 부산으로 보낼 계획은 없다”면서 “부울경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조직을 배치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