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범한퓨얼셀은 이름에 들어간 fuel cell(연료전지)에서 알 수 있듯이 연료전지 기업이다. 최근 범함퓨얼셀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다시금 연료전지 기업들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두산퓨얼셀과 에스퓨얼셀도 모두 수소 관련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사장에서 평가되는 기업의 가치만큼 가시적 실적을 내고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 실적 수준에 비해 주가가 높은 편이다. 현재의 실적 대신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그럼 연료전지 기업들이 이토록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여러 연료전지 기업들 사이엔 어떤 사업상의 차이점이 있는 걸까?

연료전지 시장은 수소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연료가 되는 수소가 대세가 돼야 수소를 발전원으로 활용하는 연료전지도 대세가 될 수 있다. 수소경제의 완성, 아니 적어도 의미 있는 수소사회로 전환이 연료전지 시장 개화의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연료전지 시장의 잠재성을 따져보기에 앞서 수소라는 연료가 탄소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게 합당하다.

탄소제로 사회를 가정했을 때 미래 사회엔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한 지 오래다.

그런데 수소가 왜 필요할까?

먼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태양과 바람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있다. 어떤 때는 전력생산이 많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전력생산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전력생산이 많은 시기에 에너지를 저장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수소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즉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전력을 통해 물을 분해해 수소로 만드는 방식으로 잉여 전력을 저장한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수소는 다른 에너지저장 매개체와 비교했을 때 운반과 활용도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가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제성 편차는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결코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풍력발전을 예로 들면 풍력발전에 적합한 평균 풍속은 초속 10~13미터 정도는 돼야 하는데 이 정도 바람이 불면 사람이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만한 지역을 쉽사리 찾기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풍력발전기를 더 높게 설치하고 풍력 날개를 대형화해 발전효율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한국은 자연조건 측면에서 풍력발전에 적합한 곳을 찾기도 어렵지만 높은 인구밀도와 비싼 땅값 탓에 풍력발전의 기회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태양광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이 때문에 풍력, 태양광 발전이 잘 이뤄지는 호주나 칠레 같은 나라는 자체 전력 공급분 외 잉여분을 수소로 만들어 수출하게 되고 한국과 같은 전력 부족 국가들은 부족분을 수소로 수입하는 국제적 수소 거래유통망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도 자체 전력 생산도 하고 일부는 수소 생산도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수소 수입국이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렇다면 결국엔 수소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연료전지다. 중앙집중적 발전이든, 건물과 가정에 필요한 분산전원이든, 자동차나 수송용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이든 수소를 전력화하는 장치의 본질은 바로 연료전지다.

수소사회가 도래했을 때, 그리고 수소 잉여 지역과 부족 지역 사이 유통망이 형성됐을 때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이 연료전지 시장인 셈이다.

연료전지는 용도별로 크게 수송용과 고정형으로 구분됩니다. 수송용은 자동차, 비행체, 선박, 등 움직이는 물체에 쓰이는 연료전지다. 고정형은 발전소나 가정, 건물 등 고정체에서 활용된다.

두산퓨얼셀과 에스퓨얼셀은 고정형 연료전지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곳이다. 각각 발전용, 건물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범한퓨얼셀은 수송형 가운데 특히 잠수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를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연료전지를 전해질 종류에 따라 기술적으로 나눠볼 수도 있다.

먼저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PEMFC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연료전지로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고 약 60%의 효율을 보인다. 빠른 시동이 가능하고 껐다 켰다를 자주 반복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점이 장점인 반면 값비싼 백금을 촉매로 써야 하고 전해질의 수분과 작동 온도를 잘 제어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PEMFC는 수소연료전지차 등 수송용으로 많이 쓰인다. 범한퓨얼셀도 PEMFC 기반 연료전지를 주력으로 한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 SOFC는 세라믹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연료전지로 높은 작동 온도와 깨지기 쉬운 재료 특성 때문에 수송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높은 효율 덕분에 발전용, 가정용, 건물용 등 고정형에서는 많은 강점이 있기도 하다.

두산퓨얼셀을 비롯한 연료전지 기업들이 SOFC 분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칼리연료전지 AFC는 1세대 연료전지 가운데 하나로 우주 프로젝트에 쓰였던 이력이 있다.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아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전극이 이산화탄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산형연료전지 PAFC는 액체 인산을 전해질로 쓰는 방식이다. 현재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대부분이 PAFC 방식이다.

전해질로 사용하는 인산의 가격은 저렴하지만 다른 연료전지 방식보다 크고 무겁다. 촉매로 귀금속인 백금이 사용된다는 점, 일산화탄소에 취약하다는 점 등도 단점이다. 한편 열병합 발전 형태로 운전함으로써 열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해 발전효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연료전지에 관해 대략적으로 살펴봤다. 아직 완전히 꽃피지 않은 연료전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또 확대되려면 생산비용과 관리비용을 줄이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해결과제가 많이 있다.

또 연료전지를 구성하는 부품과 기술을 제공할 산업 생태계도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이제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수소경제를 바라보면서 연료전지 기업들에도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