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10-16 16:20:08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식품업계가 군납 식자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군부대의 급식 부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군납 식자재 조달 방식을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2025년까지 완전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군납 식자재 시장에 경쟁입찰이 도입됨에 따라 주요 식자재 기업들이 군납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군수산업 비지니스 박람회에서 DX코리아 2022에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워홈>
다만 주요 식자재 기업이 군납 식자재 입찰 수주에 일부 성공하자 그동안 군부대에 식자재를 납품했던 군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대기업 퍼주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국방부 조달 시스템에 따르면 제2291부대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조달할 식자재 116품목과 관련해 24억 원 규모의 일반경쟁 입찰참가 등록을 19일까지 받고 있다.
해당 입찰은 현재 공고된 12건의 군납 식자재 입찰공고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경쟁으로 진행돼 주요 식자재 기업들이 참가할 수 있다. 나머지 11건은 소기업·소상공인 및 직접생산여부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제한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동원홈푸드, 풀무원 등 식자재 기업들은 최근 군납 식자재 사업 진출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군수산업 비즈니스 박람회 ‘DX코리아 2022’에는 주요 식자재기업 대표이사들이 일제히 참석해 군납 식자재 사업 홍보에 나서는 등 군납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내보였다.
아워홈은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장을 찾아 군 관계자들에게 아워홈의 군 맞춤형 컨설팅인 ‘OHFOD와 식재 상품 경쟁력을 알렸다. 아워홈은 현장에서 ’조리병을 쉬게 하자‘, ’MZ장병 취향존중‘, ’군 급식 솔루션 파트너‘ 등 3가지 콘셉트의 다양한 식재 상품 및 메뉴를 전시했다.
아워홈은 지난달 20일 특허청에 ‘OH ROKA OUR NEW MEALS’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해당 상표에 육군을 의미하는 ROKA(Republic of Korea Army)가 들어가 있어 군납 시장 식자재 브랜드 론칭을 위한 준비단계로 여겨진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2분기 군부대 식자재 납품을 개시하고 신규 수주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2분기 현대그린푸드의 식자재유통 부문은 매출 1354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을 내며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 11.9%, 영업이익 42.7%가 늘어나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아크부대의 급식사업을 11년째 도맡아 하고 있는 등 군부대 식자재 조달 및 급식사업에서 경험이 풍부하다.
풀무원은 풍부한 군 급식사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식자재 납품 사업에서도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DX코리아 2002에서는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이사를 비롯해 풀무원푸드머스, 풀무원식품, 푸드앤컬처, 풀무원다논, 풀무원샘물 등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가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 풀무원은 현재 5곳의 군부대에서 위탁급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의 군 급식 현장스케치 홍보영상의 한 장면. <풀무원>
풀무원의 급식사업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쳐는 중앙경찰학교, 육군부사관학교, 육군훈련소 논산 23연대, 39사단 신병 교육대대 등에서 위탁급식 사업을 운영경험이 있다.
군납 식자재 시장의 점진적 개방에 따라 주요 식자재 기업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군납 식자재 경쟁입찰의 비율을 2021년 30%, 2023년 50%, 2024년 70%, 2025년 100%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한 국방부는 올해 군 장병 1인당 기본급식비를 올해 7월부터 기존 하루 1만1000원에서 1만3천원으로 인상했고 2024년까지 1만5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방부가 군납 식자재 시장의 개방에 나선 것은 경쟁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1970년부터 장병급식 공급을 위해 농·축·수협과 ‘식자재 계획생산 협정’을 맺고 식자재를 독점 공급받았는데 지난해 4월 각 부대에서 코로나19 방역조치로 격리된 장병들에게 지급된 도시락이 부실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국방부는 논란이 커지자 군 급식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식자재 경쟁입찰을 도입을 골자로한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현행 군 급식체계는 50여 년동안 큰 변화 없이 공급자 위주의 식자재 조달체계를 유지했다"며 "친환경 무상급식 등 양질의 급식 환경을 경험한 MZ세대 장병의 다양한 요구와 국민적 눈높이에 호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군납 식자재 사업의 경쟁입찰화를 두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을 밀어주게 되고 기존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농민들을 어려움에 빠뜨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접경지역의 농가들은 군납협동조합과 계약을 맺고 군납용 농축산물을 생산해 왔다. 국방부는 1970년부터 군납협동조합을 통해 식자재를 조달하며 접경지역 농가에게 판로를 열어줬다.
▲ 국방부가 군 급식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군납 식자재의 경쟁입찰 도입을 발표하자 접경지역의 식자재 생산 농민들은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0월 강원 화천군에서 화천군 군납협의회 회원 200여 명이 집회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에는 강원도 화천에서 군납 식자재를 생산하던 농민들이 경쟁입찰 도입의 철회를 주장하며 군부대의 쓰레기 배출차량을 막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 8월26일에도 군부대가 다수 위치한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가 군 급식 전자조달 시스템 도입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국방부에 제출할 건의문에서 "성실히 농산물을 부대에 납품해 온 접경지역 농업인들이 부실급식의 원인 제공자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물론 군납체계 붕괴로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도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동요되고 민군 간 협력관계에도 균열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