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큰 수혜를 앞두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라 큰 수혜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며 한국 배터리업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적 지원과 강력한 수요가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은 한국에 호재이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정책에 따라 전기차 지원금을 받기 어려워진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이런 정책에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전기차 및 중국산 부품과 소재 사용 비중을 일정 기준 이하로 낮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공장이 2025년에 가동을 앞두고 있어 현지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미국 정책에 맞춰 기존 자동차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신공장 건설과 가동 시기를 앞당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 정책으로 큰 수혜를 보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 정부 기준에 따라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낮추고 미국 고객사에 공급을 확대할 역량을 갖추고 있어 강력한 수요를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기준을 충족하는 한 이들의 배터리를 적극 사들일 공산이 크다”며 “배터리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호주와 캐나다, 칠레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리튬 등 핵심 소재 수급을 확대하고 있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가장 유리한 기업으로 지목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배터리업체들이 중국에 소재 의존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도 “미국은 강력한 내수시장 수요와 정책을 바탕으로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CATL과 BYD 등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업체와 대결에도 이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 북미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며 한국 배터리 3사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경쟁사들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과 같이 미국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현지 고객사들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이는 배터리 3사에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비중 확대에 공격적 목표를 두고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 친환경차 활성화 정책과 현지 자동차기업들의 전기차 출시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시장을 통해 이런 효과를 거두면서 중국 배터리업체와 점유율 싸움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기업을 협력사로 두고 미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성장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사에 해당하는 해당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배터리3사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한은 한국 자동차기업에 타격을 입혀 양국 외교 관계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그러나 배터리산업 측면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