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금감원장 이복현 첫 국감, '김건희 주가조작' 공세 받고 신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을 대표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가계부채 대응에 실패했다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금융 현안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하는 질의가 쏟아졌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휴대폰 개통 사기와 관련해서는 금융 취약층, 사회적 취약층이 대부분 피해자인데 정부에서 책임 있게 대응하기보다는 떠넘기기를 하니까 10여 년 넘게 반복돼 오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주체로 서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금융투자회사들의 불공정영업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회사들의 자체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러한 영업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감독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각 의원들의 질의가 끝났을 때 “지적에 공감한다”며 한껏 자세를 낮추고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의원들의 질의에 대응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 역할과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금융감독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점을 약속했다.

야당 의원도 이러한 이 원장의 태도에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은 검찰 출신이지만 짧은 시간에 신중하고 사려 깊은 대외적 활동으로 금융계에서 신망이 높다는 좋은 소리를 듣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내부적으로도 신망이 높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원장의 금융 관련 전문성이 돋보이기도 했다.

당초 이 원장은 금융 경험이 많지 않은 검사 출신이라 금융감독원에 취임했을 때 금융감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날 국감에서 전문적 내용까지 상세하게 답변해 이러한 우려를 씻어내기도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과거 키코(KIKO)로 중소·중견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유사한 상품이 팔리고 있다”며 목표수익 조기상환 선물환(TRF) 등 외환 관련 파생상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키코는 실제로 기초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없는 상황에서 투기 목적으로 거래가 됐는데 TRF는 수출기업이 환익스포저 한도로 거래하게 돼 있고 실제 현물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상품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상쇄되는 구조로 키코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문적 내용을 담고 있는 파생상품과 관련해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하고 있는 점을 보여줬다.

이 원장은 “지적하신 것과 같이 금융회사가 상품으로 얻는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적절하게 알렸는지 등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원장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주가조작세력과 결탁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식 매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경찰에서 자료요청을 했는데 금융감독원에서 자료 제공을 거절해 경찰이 내사 종결했다”며 “자료제공 요청을 거절한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주가조작 피해가 어마어마한 것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게 맞다”며 “그 역할을 금융감독원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실제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은 언론에 나온 부분 이외에는 없는 상황이다”며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고 말을 아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