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표자료를 내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바이든 정부가 마이크론과 인텔의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강조하면서 미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지원 의지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신설하는 해외 기업들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5일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마이크론의 뉴욕 반도체공장 투자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환영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은 뉴욕주에 앞으로 20년 동안 1천억 달러(약 141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공장 단지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을 투자 결정에 직접적 이유로 꼽았다”며 “반도체 지원법이 없었다면 마이크론의 투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서명한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공장 및 연구센터를 건설하는 기업에 500억 달러 이상의 시설 투자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악관은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는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들이는 반도체공장 착공, 울프스피드가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노스캐롤라아니공장 투자 발표에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지원법 시행으로 미국 반도체기업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이끌었다는 사실만을 강조한 셈이다.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 지원을 노려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TSMC는 애리조나주에 130억 달러를 들여 새 반도체공장 투자에 나섰지만 이런 점은 백악관 자료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기업에 중점적으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대상 기업 선정과 지원 규모 결정은 미국 상무부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 측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반도체공장 투자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밀려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이런 결정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뚜렷하지 않은 처지에 놓였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정부의 세금이 대형 반도체기업 지원에 쓰이는 만큼 여론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기업에 대규모 지원을 결정한다면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에 지원 의지를 명확하게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
백악관은 발표자료에서 마이크론의 반도체공장 투자와 관련한 여러 주요 현지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는 미국 정부의 성과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라큐스포스트스탠더드는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 승리를 안겨줬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CNY센트럴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투자와 같은 사례를 통해 미국이 미래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악관이 발표자료에 인용한 현지언론 보도는 대부분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반도체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을 싣는다.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외국 기업에 불리한 방향의 보조금 지급 정책을 새로 꺼내들었다.
내년에 반도체 지원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자리잡으며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삼성전자나 TSMC 등 아시아 반도체기업이 이미 자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악관의 발표자료에도 이런 보도 내용이 언급됐다.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반도체기업에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른 국가 정부의 지원과 형평성을 갖추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 뒤 성명을 내고 “누구도 미국에 맞설 수는 없다”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로 미국 시민들에 경제적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