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국감 데뷔 이재명, 국방장관에게 "자식에게 부끄러울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4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렀다. 

이 대표는 국방 현안을 놓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몰아세우며 강한 야당 대표의 모습을 보였다.

4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종섭 장관에게 "국방은 말로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과 실력으로 하는 것인데 소리만 요란하고 내용이 없다면 문제겠죠"라고 묻자 이 장관은 3초가량 뒤에야 "내용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단순한 질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듯 하다"며 가볍게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국방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3축 체계 신규사업을 반영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공세를 끌어올렸다.

3축 체계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한국형 3축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대북 정찰감시 능력과 타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54조6112억 원보다 2조5156억원(4.6%) 증가한 57조1268억 원이다. 이 가운데 3축 체계 예산은 올해보다 9.4% 늘어난 5조2549억 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예산안을 보니 3축 체계 관련 신규사업들이 거의 반영된 게 없다"며 "말로는 3축 체계를 얘기하면서 실제 신규예산으로 거의 편성되지 않는 건 말로만 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야 예산편성이 가능하다"며 "아직 최종 편성시한이 남아 있어 그때 추가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예산에 신규사업이 거의 없는 건 팩트 아니냐"며 "3축 체제 말은 많이 하는데 신규사업이 없다는 것은 깡통안보"라고 몰아세웠다.

이 대표의 발언 사이에 이 장관이 "그것(신규사업)을 (예산안에) 포함시키면 절차를 위반해야 한다"고 해명하려 하자 "제가 질문하고 있다"며 이 장관의 말을 끊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해 대장동 의혹을 수비했던 이 대표는 그때 공격받은 방식을 체화해 이날 국감 공격수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방 혁신 방안인 '국방혁신 4.0'를 두고도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현 정부가 국방혁신 국정과제로 AI(인공지능) 과학기술 강군 육성하겠다고 했다"며 "올해 말까지 완성도 높은 혁신 4.0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현재 국방부 국방계획 자문위원회 설치했냐"고 이 장관에게 묻자 이 장관은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자꾸 말 돌리고 이상한 얘기 하지마라"며 "설치됐냐 안 됐냐를 물었지 검토 중인 것을 물은 게 아니다"고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이 "설치는 안 됐다"며 "올해 말까지 AI과학기술강군 육성 위한 국방혁신 4.0 관련 계획 가지고 있고 마무리 단계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몇 달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게 국방혁신 4.0 이냐"며 "말만 요란한 이런 것을 '깡통'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도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합동참모본부 등 부대 이전 비용이 1조 원 가까이 추산되는데 이 돈을 방위력 개선에 쓰는 게 낫지 국방부 관련 부대 등 이전한다고 엄청난 돈을 써야 하냐"며 "대통령실을 이렇게 옮기는 게 적절하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1조 원은 아니다"며 "대통령실 이전 평가는 돈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질문하는 것에 답하라"고 쏘아붙이며 "종합적으로 대통령실 이전이 적절하냐 부적절하냐"고 재차 물었다.

이 장관이 "적절하다"고 답변하자 이 대표는 "좋은 생각일 것 같겠지만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결국 안보를 희생하면서 국력을 훼손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아무 문제 없을 사안 아니냐"며 "국방부 장관이 돼서 (대통령실 이전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식들한테 부끄러울 수 있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두 번째 순서로 질의했다. 이 대표는 7분 배정된 주 질의 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진 뒤에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주질의가 끝난 뒤 보충질의 순서에서도 발언을 신청하지 않았다. 김남형 기자